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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만의 늦은 자수…"제가 소년을 죽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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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30 10:40:41 수정 : 2016-05-30 13: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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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전 열 살 소년을 죽였던 중국의 한 남성이 뒤늦게 경찰에 자수했다. 아들이 살아있을 거라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던 소년의 부모는 비극적인 소식에 할 말을 잃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중국 왕이신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저장(浙江) 성 진화(金華) 시의 한 경찰서에 40대 남성이 나타났다. 그는 힘들어 보였다. 얼굴에 핏기가 없었고, 누군가에게 한참 시달린 듯했다.

“제가 사람을 죽였습니다. 저를 체포해주세요.”

이야기는 1988년 8월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푸(49)씨는 집에 누워 있었다. TV를 보던 그는 이웃 소년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를 들었다. 밝은 웃음이 귓가를 때렸다. 하지만 푸씨는 즐겁지 않았다. 앞서 방직회사에 취직했던 그는 도박 중독에 따른 연이은 결근으로 해고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밀린 집세와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푸씨는 돈이 필요했다. 그는 문득 소년들이 어른들에게 큰 경계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했다. 푸씨가 살던 마을은 규모가 크지 않아 주민들이 서로를 잘 알고 지냈다.

푸씨는 집에서 같이 놀자며 한 소년에게 손짓했다. 하지만 그의 집으로 들어간 소년은 살아서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날 푸씨는 영영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 그는 소년을 목 졸라 살해한 뒤, 돼지우리 근처에 시신을 묻었다.

다음날 푸씨는 필체를 꾸며 몸값 8800위안(약 160만원)을 요구하는 편지를 소년 가족들에게 보냈다. 하지만 공개수사로 전환되고 경찰의 눈이 매서워지자 그는 마을을 떠났다. 푸씨가 도망치기 전 한 차례 경찰조사를 받았지만, 별다른 의심점이 없는 터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도피생활은 어느새 푸씨에게 지옥이 됐다. 윈난(雲南) 성, 구이저우(貴州) 성, 장시(江西) 성 그리고 안후이(安徽) 성. 여기저기 떠도는 동안 푸씨는 정신이 피폐해졌다. 연이은 도주에 지친 그는 2003년부터 항저우(杭州) 시에 숨어 살아왔다.

푸씨가 자수를 결심한 건 오는 9월 항저우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시내에 배치된 경찰력이 늘어나면서 부터다. 여기를 다녀도 경찰, 저기를 돌아도 경찰. 온통 경찰이 눈에 보이자 그는 참지 못하고 자수했다.

중국 상하이스트에 따르면 소년의 부모는 푸씨 자수에 말을 잃었다. 비록 연락도 되지 않고 볼 수도 없지만, 어디에선가 살아있으리라 믿었던 아들이 차디찬 땅속 백골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푸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중국 왕이신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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