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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 만에 또 스크린도어 참사 … 역시 인재

입력 : 2016-05-29 19:15:19 수정 : 2016-05-29 22: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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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서 수리작업 나선 용역직원 숨져
매뉴얼 무시한채 ‘나홀로 작업’…경찰, 안전공단 등과 합동 수사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안전문(스크린도어)을 수리하던 용역업체 직원이 열차와 안전문 사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9개월 전 안전불감증으로 발생했던 강남역 사고와 ‘판박이’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29일 서울메트로 등에 따르면 안전문 정비업체 직원 김모(19)씨는 전날 오후 5시57분쯤 구의역 안전문 안에서 혼자 수리작업을 시작한 지 3분 만에 변을 당했다. 서울메트로는 열차 기관사가 이상현상을 보고하면 ‘관제사령→전자운영실→용역업체’ 순서로 통보가 이뤄지는데, 김씨가 이를 역에 보고하지 않고 작업을 진행해 열차 운행 조정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열차 기관사가 이상현상을 보고한 오후 4시58분 이후 1시간이 넘도록 안전문 오작동이 반복되는데도 구의역 측이 이를 파악조차 못하는 등 승객 안전을 도외시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28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119구조대원들이 안전문 사고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광진소방서 제공
◆무용지물 된 안전 매뉴얼… 전형적 인재


지하철 안전문 관리업체 직원이 작업 중 숨진 것은 최근 3년여간 벌써 세 번째다. 이들 사고는 모두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발생했다.

2013년 1월 성수역 사고 후 서울메트로는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문 작업은 반드시 2인 1조로 하며 △열차 운행 시간에는 승강장에서만 작업해야 하고 △작업 전·후 작업표지판을 부착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안전 매뉴얼을 만들었다. 그러나 정비 경력이 1년도 채 되지 않은 김씨는 열차를 감시하는 사람 없이 홀로 작업에 투입됐고, 전자운영실에 통보도 하지 않았으며, 열차 운영자가 볼 수 있는 작업표지판도 세워두지 않았다. 안전 절차가 송두리째 지켜지지 않은 탓에 9개월 만에 같은 사고가 재발한 것이다. 강남역 사고 이후 안전문 점검 시 ‘2인1조’를 의무화하기 위해 용역업체 직원을 17명이나 늘렸지만 결국 아무 소용이 없었다.

◆책임은 ‘나몰라라’… 같은 대책 되풀이만


서울메트로의 허술한 관리로 인해 안전문 사고가 되풀이된다는 지적이다. 김씨는 사고 당일 홀로 역무실에 가 작업일지도 쓰지 않은 채 안전문 열쇠를 꺼내 승강장으로 이동해 작업을 했지만 이 과정에서 역무실에 있던 직원 1명은 물론 역 구내에 있던 나머지 직원 2명도 김씨의 ‘나홀로 작업’을 제지하지 않았다. 승강장에서 작업을 감시하는 역무원도 없었다.

사고 당시 역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김씨 혼자 작업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는 “용역 업체가 민간기업이라 안전에 약한 측면이 있다”며 “8월 자회사를 세우면 이런 부분을 강화해 사고가 나지 않도록 현장을 챙기겠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의 대책으로 서울메트로가 내놓은 대책은 △8월부터 용역업체 대신 자회사가 안전문 유지·보수 △안전문 장애물검지센서를 기존 적외선에서 고성능 레이저 스캐너로 교체 △안전문 작업 절차 준수 특별대책 마련 등이다. 성수역, 강남역 사고 이후 내놓은 대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경찰은 과실 여부를 밝히기 위해 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합동으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합동수사단은 서울메트로와 용역업체 등 과실이 드러나면 업무상 과실치사로 처벌할 방침이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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