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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에 주렁주렁 달린 게 전부 시였네∼”

입력 : 2016-05-29 23:00:19 수정 : 2016-05-29 23: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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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시인 부부와 함께 떠난 ‘시 낭독열차’ 장석주·박연준 시인이 독자 70여명과 함께 28일 경북 칠곡으로 ‘시 낭독열차’를 타고 내려갔다. 이야기경영연구소가 ‘사랑, 시로 꽃피다’를 주제로 지난해 말 ‘책 결혼식’을 올린 시인 부부를 초청해 진행한 이 행사는 평균 연령 85세 할머니들 89명이 지난해 ‘시가 뭐고’라는 시집을 묶어내 화제가 된 칠곡의 ‘할매 시인’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기도 했다.

이들은 칠곡군 약목면 남계마을에 도착해 신현우(61) 이장이 설명하는 신유 장군과 얽힌 마을 내력을 들은 뒤 주민들이 마련한 ‘유기농 점심’을 들었다. 이어 마을 주변을 산책한 뒤 신유 장군 사당 마당에서 본격적으로 초청 시인의 강연과 함께 인근 약목면 복성리에 거주하는 할머니 시인 5명의 시낭송을 들었다. ‘시가 뭐고’의 표제작을 쓴 곽두조 할머니가 먼저 나와 “아이고 잘있는교/ 내 혼자 당신 새끼 다 키우고/ 내 혼자 눈물반 콧물반 그래 살았다”로 이어지는 ‘나는 백만장자’를 낭송했다. 

경북 칠곡군 약목면 남계마을로 내려간 ‘시 낭독열차’ 참석자들이 장석주·박연준(앞줄 왼쪽 4, 5번째) 시인, 칠곡 ‘할매시인’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이 들어붓다’(김두선), ‘사랑’(박월선), ‘할매 말 손자 말’(박금분)에 이어 마지막 낭송자로 나선 강금연 할머니는 최근 새로 쓴 ‘아들아’를 낭송하며 울먹거리더니 끝내 눈물까지 훔쳤다. “내 아들 나가 시끈 물도/ 안 내빼릴라 캐다/ 그 아들 노코 얼마나 조아는데/ 이제 그 아들한태 미안하다/ 네 몸띠가 성하지를 모타이/ 아들 미느리 욕빈다/ 자나깨나 걱정해주는/ 아들이 참 고맙다” 시낭송이 끝나자 손자 손녀가 나와 꽃다발을 바쳤다.

이 할머니들의 시는 한글을 배워 생활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감정을 사투리와 맞춤법 교정 없이 있는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큰 감동을 자아낸다. 이날 초청자로 참여한 장석주 시인은 “꾸밈없이 자기 목소리를 내서 자기 삶을 증언할 때 그 시가 갖는 힘은 정말 무시무시하다”면서 “이 할머니들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시를 쓸 수 있고 자기 삶에 대한 진정성을 담아내면 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날 시 낭독열차에 탑승한 김양화씨는 ‘릴레이문장 쓰기’에 “시가 뭐라고? 칠곡마을에 주렁주렁 달린 게 전부 시인데”라고 써넣어 최고의 문장으로 뽑히기도 했다. ‘칠곡 시 낭독열차’는 정호승(6월 4일), 문정희(9월 3일), 문태준(10월 9일) 시인과 함께 마을을 바꿔가며 계속 달릴 예정이다.

칠곡(경북)= 글·사진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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