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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봉사·희생 통해 내면 가꿔… ‘미의 아이콘’ 자부심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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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27 21:31:02 수정 : 2016-05-27 21: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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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돌 미스코리아 단체 ‘녹원회’ 이끄는 김미숙 회장 “진정한 미(美)는 마음에서 완성됩니다. 내면의 아름다운 마음이 바깥으로 표출되어 행해지는 것이 ‘봉사’와 ‘희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움의 대명사 ‘미스코리아’가 어느덧 60주년을 맞았다. 미스코리아 대회의 역대 본선 수상자들로 구성된 사회공헌단체 녹원회도 결성 30돌을 맞았다. 녹원회의 살림을 꾸려나가는 김미숙 회장(1994·미)은 “회원들 모두가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사랑과 혜택을 영원히 기억하는 만큼, 미스코리아로서 품위를 지키며 사회적 책임을 다 할 것”이라고 말한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는 예쁜 얼굴과 균형 잡힌 몸매, 우아한 이미지, 대화 속에 녹아나는 지성미 등을 기준으로, 세상에 나아가 아름다움을 실현할 재목들을 뽑습니다. 녹원회는 봉사와 사랑, 나눔의 실천을 통해 이 재목들을 다시 마음이 아름다운 진정한 ‘미인’으로 거듭나게 합니다. 미인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꾸어 완성해가는 것입니다.”

녹원회는 1987년 창립 이래 영아원, 보육원, 양로원 등을 방문해 생활필수품을 전하고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동,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여성장애인연합회, 제일병원 여성암센터 등과 협약해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층 환자들에게 수술비와 후원금을 지원했다. 캄보디아에 건너가 우물을 파고 학교건립을 돕는가 하면 에티오피아와 케냐의 여성장애인 직업학교를 후원하는 등 국경을 초월한 사랑 나눔을 실천했다. 지난해 12월 임기 3년의 제14대 회장으로 취임한 김 회장은 선배들이 쌓아온 업적에 뒤질세라 곧장 역점사업을 추진하고 나섰다. 

미스코리아 수상자들로 구성된 사회공헌단체 ‘녹원회’의 김미숙 회장은 “봉사란 물질이 아닌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상윤 기자
“400여 명 회원들의 활동을 하나하나 알리고 협력사를 소개하기 위해 소식지 ‘미스코리아 녹원’ 창간호부터 냈어요. 이 달 말엔 홈페이지도 개설합니다.”

여유로운 미소의 이미지와는 달리 그의 일처리는 빠르고 야무지다. 미루지 않는 습관도 한몫 단단히 거든다. 여성의 건강과 아름다움을 위협하는 유방암으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도 벌였다.

“대중들은 저희들에게 관심이 많아요. 미스코리아들은 화장품을 뭘 써? 아이들에게 뭘 먹여? 여자, 엄마, 학부형 등 여러 가지 역할을 똑같이 하다 보니….”

그래서 착안한 게 바자회였다. 지난달 22일 서울 청담동에서 ‘아이들의 행복이 미래다’라는 주제를 내걸고 가정 학대와 학교 폭력 방지, 피해 아이들을 돕기 위한 기금을 마련해 전액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인 굿피플(GOOD PEOPLE)에 기부했다. 다음달 4일에는 해남 땅끝마을 아동보호센터를 찾아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9월에는 녹원회의 이름으로 자선골프대회를 연다. 재능기부 자선 콘서트도 11월에 갖는다. 악기나 무용을 전공한 회원들끼리 협업해서 자력으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미스코리아를 ‘걸어다니는 홍보판’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사실 후원사나 광고를 유치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미스코리아란 이유로 반감을 사기도 합니다. ‘이쁘기만 하고 싸가지가 없는데 뭘 할 줄 알겠어’라는 조롱과 편견이 종종 가로막고 나서요. 어린 나이에 너무 무거운 왕관을 썼던 탓일까요?”

미스코리아에 당선되고 나면 보기와는 다르게 힘든 시기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러 가지 규약들과 짓누르는 책임감이 외로움과 무기력증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그는 회원들에 대해 ‘고독과 싸워 온 전우’라는 표현을 썼다.

“사실 십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이면 미친 듯이 놀거나 사랑하거나 할 때인데, 그냥 암울하게 보낸 거죠. 찢어진 청바지를 입으면 안 되고, 정장 차림에 반드시 화장을 해야 했어요. 1년 동안 결혼하지 않는다는 조건에 서약도 했고, 나이트클럽 한 번 못 가고, 졸업여행마저도 포기했었죠. X세대가 나오기 전까지 보수적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됐었거든요. 어느 순간 사람들이 힘겹게 느껴져 ‘칩거’라도 하면 그런 감정조차 ‘사치’로 여기더라고요. 나중에 30대에 들어서야 정신적인 안정감을 얻었고, 사람을 사랑하며 사랑받는 법을 알았죠. 당선의 순간은 분명 영광의 꼭짓점이었지만 투구 같은 왕관과 무거운 갑옷을 입게 된 거예요. 긴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서야 ‘아 이게 내 영광의 흔적이구나’라고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예술대학 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한때 영화인을 꿈꾸기도 했지만 이미 일찌감치 영예를 누린 데다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실컷 하고 있으니 이제는 매사 감사하며 행복하다고 말한다.

“미스코리아도 사람이라 가끔 실수를 합니다. 하지만 소수의 잘못으로 전체를 재단하는 것은 편견이에요. 잘하다가도 한 번 잘못하면 그냥 ‘몹쓸×’이란 욕을 먹는 겁니다. 예전에 비해 지금은 회원들이 다양한 직업군을 형성하고 있어요. 아나운서나 연예계 종사자들을 제외하고도 4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디자이너,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한국지사장, 식음료 업계와 유통사업의 CEO, 학계에서는 각 전공별 박사들을 줄줄이 배출해내고 있습니다.”

그는 후배들을 향해 “우리는 뭉치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고, 함께 있으면 더욱 돋보이는 존재”라며 “선배들의 유지를 이어, 그동안 받은 사랑을 봉사로 환원하자”고 말한다. 주변의 부러움을 산, ‘미의 아이콘’이란 자부심을 가지고 주인공으로서 적극 참여하기를 독려한다. “대가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희생정신이 굳건하지 않으면 오래 견디기 어렵다”며 “일은 스스로 찾아 해야 한다”고 귀띔한다.

“인간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 타인을 다정하게 어루만져 주며 누군가의 고통을 보듬을 때 비로소 우리가 더 빛을 발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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