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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세계 최대 국제기구 수장으로서 반 총장이 다양한 외교경험과 폭넓은 인지도를 겸비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26일 통화에서 “정파 색채가 거의 없고, 그동안 보여온 리더십과 이번 관훈클럽 메시지를 통해 화합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기존의 대권주자와 차별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사실상 세계 대통령 이미지가 있고, 외교적 측면에서 큰 활약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총선으로 형성된 여소야대와 3당체제가 모두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 총장이 보수와 중도층 전반에서 지지층을 넓힐 만한 확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6일 제주 서귀포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행사에 참석해 앉아있는 도중 안경을 고쳐쓰며 생각에 잠겨 있다. 반 총장은 전날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귀포=연합뉴스 |
그러나 반 총장을 지원하는 친박계가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모색하는 점은 반 총장에게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 등은 반 총장이 외치를 담당하는 대통령이 되고, 친박계 인사가 내치 담당 총리를 맡는 역할분담 시나리오를 공개한 바 있다.
26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에서 반기문 UN사무총장과 황교안 국무총리가 면담하고 있다. 제주=사진공동취재단 |
반 총장의 경력이 외교 분야에 한정돼 있고, 현실 정치에 참여한 적이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외교·국제 현안이 아닌 국제 정치문제에 대한 리더십과 비전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반 총장이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하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야권은 그 앞에 엄정한 검증 잣대를 들이댈 태세다. 더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반 총장을 발탁해 외교부 장관에 앉히고 유엔사무총장 직에 오르기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 총장이 ‘친박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을 못마땅해하는 기류도 엿보인다.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당선자는 통화에서 “반 총장 출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며 “반 총장은 평생을 직업 관료로 살아온 분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비전·소신 경쟁을 하는 데는 익숙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당도 반 총장이 일찌감치 대선 출마 의사를 내비친 것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라디오에서 “유엔사무총장 임기가 남아 있는데 이렇게 성급하게 강한 톤의 출마 시사 발언을 하는 것은 유엔 수장으로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비박계와의 공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국민의당에도 반 총장 출마 시사가 큰 변수다. 반 총장을 친박 후보로 기정사실화하는 것도 이 같은 대선전략과 맥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에서는 반 총장이 친박 프레임에 갇히면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새누리당 비박계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지금처럼 혁신을 거부하는 친박의 모습이라면 반 총장이 어떻게 친박과 손을 잡겠느냐”며 “반 총장과 친박이 손잡으면 지지율이 반 토막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세준·박영준·홍주형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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