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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건강해] 가습기 살균제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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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19 21:21:47 수정 : 2016-05-19 21: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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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무독성 화학물질 거의 없어
인공향 의존 않도록 생활습관 바꿔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겪으면서 생활 속 화학물질에 국민적으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몸에 전혀 해가 없는 안전한 물질이란 제조사의 홍보 문구만 믿고 조금이라도 나와 내 가족, 특히 아기에게 깨끗한 가습을 해주고 싶다는 사랑의 마음이 살인으로 이어졌으니 그럴 만도 하다. 더구나 피해자를 보듬고 유해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관계당국이 사후약방문식 태도를 보이고 제조사는 변명과 발뺌으로 일관하는 것을 보면 분노가 생기기도 한다.

가습기 살균제는 시중에서 사라졌지만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갔던 것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성분은 다른 생활용품에 들어가 여전히 팔리고 있다.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치아졸리논(MIT)이 그 예이다. CMIT와 MIT는 보존제·살균제 자격으로 샴푸나 보디워시 등에 널리 사용된다. 화학물질의 독성평가 기전(메커니즘)을 이해하기 힘든 일반 국민은 당연히 의문과 근심이 생길 수 있다. 사람을 해친 유해물질이 어떻게 다른 제품에 들어갈 수 있냐는 점이다.

여기서 명확히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세상에 독성이 없는 화학물질은 거의 없다. 얼마만큼의 양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관계당국도 화학물질을 용도별로 구분해 사용을 허가한다. 독성이 있는 CMIT와 MIT가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가서는 안 되지만 샴푸나 보디워시에 들어가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CMIT와 MIT를 가습기 살균제로 쓰면 폐를 손상시키는 등 심각한 흡입독성을 일으키지만 샴푸나 보디워시에 기준치 이하로 넣어 피부와 접촉할 경우에는 심각한 피부독성을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방부제나 살균제를 넣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렇게 간단치 않다. 보존제나 살균제를 넣지 않으면 용기 안에서 미생물이 증식해 독성물질이 생기고 이는 더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보존제나 살균제를 넣는 것은 실보다 득이 크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폐로 들어가면 폐암과 중피종을 일으켜 목숨을 빼앗을 수 있지만, 입으로 들어가거나 피부에 묻는다면 심각한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유해물질이라도 노출경로가 매우 중요하다.

샴푸나 보디 워시를 쓰면서 조금이나마 CMIT와 MIT의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두 물질은 휘발성이 강해 사용 중 호흡기로 들어 올 수 있으므로, 사용할 때 반드시 환풍기를 틀어야 한다. 이 점에서 고농도로 노출되는 미용실 종사자를 위해 미용실은 환기시설을 잘 갖춰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는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우리가 화학용품을 남용하고 있고, 몸으로 할 일을 화학물질로 대체하려다간 큰코다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화학물질의 인체 유해성은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게 훨씬 더 많다.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막으려면 생활습관을 바꿔나가야 한다. 화학물질은 ‘필요한, 최소한’ 만큼만 쓴다는 생각을 갖고 방향제 등 그 외 부가적 용도로 화학물질에 노출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향이 주는 즐거움이 폐 건강과 맞바꿀 만큼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상일 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둘다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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