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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봉 칼럼] 위기의 가정, 마을 문화로 되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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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15 18:01:57 수정 : 2016-05-15 18: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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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륜범죄로 가정 해체 위기
공동주택 급증에 이웃도 상실
마을공동체 힘 민족문화 키워
효율적 마을문화 운영 위해선
아파트 커뮤니티 의무화 필요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가정의 날, 부모교육주간,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족을 위한 기념일로 가득하다. 건강한 가정 문화에서 성장한 사람일수록 인간관계가 원만하고 사회 적응력이 뛰어난 건강한 시민이 된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부모가 자녀를 학대하고 살해하는가 하면, 자식이 노부모를 학대·살해하는 패륜적 범죄에, 형제끼리는 상속재산 분쟁으로 고소·고발이 늘고 있다. 학습 감독자가 된 어머니, 자식의 조기 유학으로 홀로 남은 기러기 아빠, 아시아 최고의 이혼율 등 가정이 해체될 위기에 놓여 있다. 2014년에 전국 초등학교 5, 6학년생 19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5명은 대화가 전혀 없거나 30분 이내라고 한다. 게임과 스마트폰이 개인 간의 대화를 단절시키고, 텔레비전은 가족 간의 대화마저 빼앗는다. 가옥 구조도 예전 가정은 가족의 목소리가 잘 들리는 창호지 문이었으나 이젠 두터운 도어로 막혀 가족 간의 대화를 가로막고 유대를 약화시키고 있다.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기반이 무너지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아동학대 예방과 건강한 가족 가치의 확산을 위해 올해부터 정기적으로 가정의 날이 있는 주간을 부모교육주간으로 운영한다고 한다. 가정문화의 신장을 위해 부모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집단문화의 속성을 갖는 가정문화에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이 길러지는 것은 마을문화와 연결될 때 가능하다. 이웃의 이목과 본받음 속에서 가정문화가 자리 잡기 때문이다. 이에 가정문화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마을 문화의 재건에도 힘쓰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 가정이 해체 위기를 맞게 된 원인은 핵가족화와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환경이 가족 간의 소통을 단절시킨 데에도 있지만 공동체로서의 마을 문화 상실이 가져온 부작용이기도 하다.

이덕봉 동덕여대 명예교수·전 한국교육문화융복합학회장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아파트와 연립 및 다세대주택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공동주택 비율은 인천 85.3%, 경기 82.9%, 서울 82.8%를 비롯해 전국이 71%로, 세계에 유례가 없는 공동주택 국가가 됐다. 1970년에는 95.3%가 단독주택이던 것이 2010년 27.3%에 불과하고 1인 가정도 23.3%나 돼 이미 이웃을 상실한 마을이 돼 버렸다. 아파트의 같은 라인에 사는 주민끼리도 서로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이웃 주민과도 서먹하다. 공동주택으로 바뀌며 마을 문화가 사라진 것이다. 2014년부터 전면 시행 중인 도로명주소도 마을 이름을 삭제해 마을 문화 파괴에 한몫한 셈이다. 예전의 마을에서는 24절기마다 온 마을 사람이 모여 대동제와 민속놀이를 즐겼고, 두레·울력·품앗이로 서로 도우며 살아왔다. 그러한 마을공동체의 힘이 안정된 가정문화와 화려한 민족문화를 키워왔고 국란 때에는 의병이 조직돼 나라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공동주택의 공동체문화 활성화 프로그램과 천안 D아파트의 주민 주도형 다사랑 축제, 용인 수지구 D아파트의 다양한 동호회 활동, 대구 달서구 D아파트의 주민 음악회, 서울 상도동 S아파트의 거마 대회와 같은 우수 공동체 활동에서 보듯 공동주택형 마을문화의 가능성을 본다. 사라진 마을 문화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단지마다 공동 시설을 확충하고 공동생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최근의 신축아파트에 커뮤니티센터와 같은 공동 시설이 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보다 효율적으로 마을문화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모든 아파트의 동 단위로 커뮤니티 공간이 의무화돼야 한다. 집단 주택에 걸맞게 행정 단위를 개편하고, 공동주택형 마을 문화 활성화 정책을 수립해 지자체와 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연계된 주민 자치 활동이 전개돼야 한다. 공동체의 형태는 크게 달라졌는데 행정과 주민이 무책임하게 수수방관한다면 문화 회복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건강한 가정 문화의 산실인 마을 문화를 되살려 가정이 화목하고 마을이 학교가 돼 가족의 사랑과 마을 이야기가 아이들의 소중한 추억이 되게 해야겠다.

이덕봉 동덕여대 명예교수·전 한국교육문화융복합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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