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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현칼럼] 창업국가의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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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08 21:36:10 수정 : 2016-05-08 21: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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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혁신으로 신산업 창출
이스라엘·핀란드 모범사례
대기업의 엔젤투자 바람직
젊은이들 기업가정신 확산
기성세대도 적극 채비 필요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한다. 중소기업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 대기업 매출은 증가하는데 고용은 늘지 않는다고 한다. 누구의 탓이라고 말할 수 없다. 전 세계적인 산업구조가 그렇게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대책 없이 기다리자는 뜻은 아니다. 어딘가에 혁신이 필요하다. 기술혁신과 창업, 그리고 이를 위한 교육의 혁신이 필요하다.

이스라엘은 기술혁신을 토대로 신산업을 창출한 창업국가의 모범 사례이다. 기술혁신을 이룬 창업기업을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시켜 세계 시장에 내보낸다. 창업기업이 성장해 안정된 기업 활동이 정착되면,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창업기업을 육성하는 선순환 창업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이스라엘 사회에 뿌리내린 교육 철학은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는 근간이다. 남과 다른 나만의 개성과 장점을 추구하고 기존의 것과 얼마나 다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느냐를 교육의 기본 방향이자 목표로 삼는다. 학교는 정해진 틀에서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을 가려 등급을 매기지 않는다. 학생 개인이 잘하는 것을 찾도록 돕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다. 소수민족인 유대인이 각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뛰어난 인재를 배출하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다름을 추구하는 교육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고, 교육의 형식도 다양하고 자유롭게 구성된다.

이스라엘 외에 핀란드 같은 나라도 우수한 교육제도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창업국가의 역사를 일궜다. 지금은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 국가가 창업국가를 표방하고 있다. 얼마 전 만난 완리준 중국과기대(USTC) 총장은 요즘 중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이 창업에 몰리고 있어 오히려 연구·개발(R&D) 인재 확보를 걱정할 정도라고 했다.

과학기술 R&D 50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자원이 없다는 점에서 이스라엘과 사회적 여건이 비슷하다. 풍부한 인적 자원과 과학기술 역량이 국가 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점도 흡사하다. 창업국가는 우리 과학기술과 산업의 성격과도 잘 맞는다.

의지만 있다면 창업국가로 가는 길은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 덕분에 과거에 비해 수월해졌다. 기업 형태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기술창업 기업이 기술 개발 이후 사업화단계에 이르기까지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어가는 기간이 전보다 짧아지고 평균 투자 규모도 작아지고 있으며, 성공률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시장성에 대한 평가가 빅 데이터 분석을 포함한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필자가 방문한 이스라엘의 통신기기 전문 1세대 창업기업은 다음 세대의 창업을 지원하면서 90% 이상의 창업기업을 자생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킨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변화하고 있다. 정부와 벤처 자본 주도로 기술에 대한 투자가 시작되고 있다. 이보다 더 바람직한 현상은 사내 유보금을 가지고 자체적인 혁신기술을 찾지 못하는 대기업이 창업시장에서 혁신기술을 찾거나 직접 자금과 경험이 부족한 벤처기업을 육성할 목적으로 엔젤투자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이 혁신적인 창업기업을 육성하고 흡수하는 방식을 통해 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기술창업의 경우 자본과 기술이 만나는 시스템을 통해 개인 파산의 위험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대학에서 학생 창업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에게 창업하는 데 힘든 점이 무엇인지 물으면 많은 이들이 부모와 지도교수로 인해 겪는 갈등을 이야기한다. 많은 부모가 파산한 지인의 경험을 들려주며 반대하고, 대학에서는 지도교수가 요구하는 연구와 논문 작성으로 시간을 나눠 쓰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젊은이들 사이에 기업가정신은 확산되고 있는데, 이들의 활동을 지원할 기성세대는 아직 준비가 돼있지 않다. 사회인들을 위한 보편적인 기업가정신 교육이 대중 매체를 통해 잘 이루어지기기를 기대해본다.

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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