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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가격 메리트 없는데 누가 제주 가"… 'OB' 난 골프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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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06 18:30:54 수정 : 2016-05-07 10: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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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해저드’ 빠진 제주 골프산업
“제주도에서 쏘나타, K5 등 중형차 하루 대여료가 3만~5만원인데 골프장에서 5인승 카트를 4∼6시간 이용하는 데 10만원은 바가지를 쓴 기분입니다.” 어린이날 황금연휴에 제주도로 골프관광을 온 박모(51·충북 청주시)씨는 이같이 볼멘소리를 했다. 박씨는 “제주도 회원제 골프장도 개별소비세가 일부 붙고, 카트 사용료와 캐디피를 인상하는 바람에 다른 지역 골프비용과 비교하면 굳이 제주에 갈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골프천국’이라는 제주도 골프장이 “해저드와 벙커에 빠졌다”고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와 제주도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골프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2002년부터 개별소비세와 지방세 등 각종 세금을 면제 또는 감면해주며 그린피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자 도내에는 우후죽순 골프장이 들어섰다.

2002년까지 8곳에 불과했던 제주도 골프장이 2004년부터 해마다 3∼4곳씩 지어져 현재는 대중제 코스를 포함해 40곳으로 늘어났다. 적정 수준보다 2∼3배 많다는 분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영난을 겪는 골프장도 속출하고 있다. 현재 4곳이 법정관리 등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고, 지방세 체납도 4곳, 153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골프장들이 자구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이용객들을 ‘볼모’로 해결책을 찾으려 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원성을 사고 있다. 2008년 제주도가 골프관광 경쟁력 강화를 위해 카트 사용료 인하를 권장하고 나서면서 당시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팀당 6만∼8만원이던 카트 사용료를 4만∼6만원으로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현재 거의 모든 골프장이 카트 사용료로 8만∼10만원을 받고 있다.

제주도 골프장 그린피 등 비용이 저렴해 항공료가 ‘빠진다’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충청·호남권 등 지방과 수도권도 골프요금을 내리면서 제주도 골프장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다. 

이는 제주 관광의 고비용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제주CC와 제피로스GC, 라헨느CC는 지난해부터 경영난을 이유로 카트 사용료를 8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렸다. 현재 6만원의 카트 사용료를 받는 18홀 이상 골프장은 한라산CC와 샤인빌CC 두 곳뿐이다. 카트 사용료는 골프장 입장에서는 그린피 다음으로 주된 수입원이지만 골퍼들에게 10만원은 적잖은 부담이다.

골프장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제주도는 신규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그린피는 골프장 요금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만 캐디피와 카트 사용료는 골프장이 자율 결정하도록 돼 있어 손을 놓고 있다.

카트 구입비가 대당 평균 15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하루 50팀을 유치할 경우 카트 사용료가 팀당 10만원이면 5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충전 비용 등 수리·유지비 등을 감안하더라도 골프장은 카트비로 폭리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제주도 한 골프장 관계자는 “기업회생 절차를 밟거나 위탁경영을 하는 골프장들이 카트 영업을 아웃소싱하면서 적자 폭을 메우려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린피 면제나 할인 이용객들이 대부분이어서 카트 사용료라도 올려 받으려는 궁여지책”이라고 토로했다.

캐디피 ‘도미노 인상’은 더욱 가관이다. 제주지역 골프장 30곳의 캐디피를 파악한 결과 팀당 10만원을 받는 곳은 에코랜드와 샤인빌CC 등 3곳뿐이다. 나머지 골프장은 모두 12만원으로 인상했다. 2014년 테디밸리 등 일부 골프장이 12만원으로 인상한 뒤 올 2월부터 도미노 현상이 본격화됐다.

제주부영CC는 캐디들이 최근 캐디피를 12만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농성을 벌여 한때 골프장 영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결국 골프장 측이 두 손을 들었다. 지난 1일부터 12만원으로 인상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제주지역협의회장사인 오라CC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캐디피 인상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캐디 30∼40명이 캐디피를 인상한 곳으로 빠져나가자 올해 캐디피를 인상했다.

다른 골프장 관계자는 “성수기 주말에 캐디가 없어 손님을 못 받고 있기 때문에 캐디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캐디피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고창민 제주한라대 교수(레저스포츠)는 “제주지역 골프장에는 2300∼2400명의 캐디가 필요하지만 현재 1500여명에 불과해 3분의 1이 부족한 상황이다”며 “캐디 수급 불균형으로 높게 형성된 캐디피를 낮추기 위해 캐디 양성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캐디 선택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 때문에 올해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75%의 개별소비세 감면효과가 아무런 빛을 발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처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다른 지역 골퍼들이 더 이상 제주 찾기를 주저하고 있다. 이는 또다시 경영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등 연쇄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공무원연금공단이 운영하는 전북 남원상록골프클럽은 공무원 회원의 경우 1인 주말 그린피(9만원)와 카트 사용료(1만5000원)는 10만5000원(평일 7만5000원), 비회원은 14만5000원(평일 10만5000원)이다. 이에 비해 제주지역 회원제 골프장은 비회원(관광객)의 경우 그린피와 카트 사용료, 개별소비세를 포함하면 16만∼20만원을 받는다. 2군데는 20만원이 넘는다.

또 다른 골프장 관계자는 “수도권과 지방 골프장들이 요금 인하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제주도 골프장은 난립으로 인한 경영난으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라며 “경영이 악화된 골프장의 용도변경을 통해 활로를 찾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7홀 규모의 한 골프리조트 관계자는 “지난해 골프장과 골프텔, 식음료 매출 100억원 중 골프 그린피와 카트 사용료 매출은 절반을 조금 넘는 정도”라며 “골프장이 비싼 요금을 받으며 돈을 버는 것 같지만 코스관리비, 인건비, 각종 세금을 내다 보면 10억원 이상 적자다. 아웃소싱을 통해 매출수수료를 받는 게 오히려 낫다”고 토로했다.

최영근 제주발전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개별소비세 감면기간 연장, 캐디 및 카트 선택제 확대 도입 등 가격 경쟁력 강화 방안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올해 1~3월 제주지역 골프장 내장객은 34만2051명(도외 및 외국인 19만8180명, 도민 14만359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1% 감소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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