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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기자의와인홀릭] 이탈리아 슈퍼 투스칸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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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06 21:18:07 수정 : 2016-05-06 21: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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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미생’들의 대반란이 큰 화제가 됐습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2∼3부리그를 전전하던 레스터 시티의 프리미어 리그 우승 소식입니다. 시즌초 배팅사이트가 예상한 레스터 시티의 우승확률은 불과 0.02%. 하지만, 감독과 선수들이 똘똘뭉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팀을 창단 132년만에 처음으로 정상의 자리에 올려놓은 감동스토리는 큰 울림을 줬습니다.

이탈리아 투스카나 서쪽 해안가의 볼게리(Bolgheri)도 레스터 시티처럼 와인업계의 주목을 전혀 받지 못하던 땅이었습니다. 볼게리는 소금기 묻은 바닷바람 때문에 좋은 포도가 나올 수 없다고 여겨졌지요. 특히 토착품종인 산지오베제 재배에 적합하지 않아 외면받았답니다. 그러나 이런 척박한 땅에서 1968년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이 탄생합니다. 바로 와인 애호가들은 이름만 들어도 가슴뛰는 ‘슈퍼 투스칸(Super Tuscan)’의 원조 사시까이아(Sassicaia) 랍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정부에서 공인한 품질 등급인 DOC를 받으려면 산지오베제 등 토착품종을 사용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가장 낮은 ‘테이블 와인(Vino da Tavola)’ 등급을 받게됩니다. 하지만, 일부 생산자들은 전통을 따르지 않고 혁신적인 시도를 하게됩니다. 토착품종 대신 국제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메믈로 카베르네 프랑으로 기존의 투스카나 와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와인을 빚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DOC 등급을 뛰어넘는 투스카나 최고 품질의 와인이 탄생했고 이를 슈퍼 투스칸이라 부릅니다.

1978년 영국의 와인 전문지 디캔터가 주관한 ‘위대한 보르도 블렌딩 시음회’에서 11개국 33개 와인 중 사시까이아 1972년 빈티지는 20점 만점을 받으며 이탈리아 와인의 역사를 새로 쓰게됩니다. 사시까이아를 계기로 티냐넬로(Tignanello), 솔라이아(Solaia), 오르넬리아아(Ornellaia) 같은 슈퍼 투스칸이 잇따랐고 이탈리아 와인은 중흥기를 맞게 됩니다. 덕분에 1994년 사시카이아는 ‘DOC 볼게리 사시카이아’ 등급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단일 포도밭에 DOC 등급을 부여한 것은 사시까이아가 유일하다는군요. 

쓸모없는 땅이라 여기던 볼게리에서 사시까이아를 세상에 선보인 주인공은 테누타 산 귀도의 오너 마리오 인치사 델라 로케따(Marchese Mario Incisa della Rocchetta)와 이탈리아 와인명가 안티노리(Antinori)에서 32년간 와인메이커로 활약한 쟈코모 타키스(Giacomo Tachis) 입니다. 마리오는 볼게리가 프랑스 보르도 지방과 매우 흡사한 조건을 갖췄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1944년 보르도의 샤토 라필드 로칠드에서 카베르네 소비뇽을 들여와 1948년부터 와인을 생산합니다. 하지만 실패를 거듭합니다. 이에 자신의 처 조카인 이탈리아 와인명가 안티노리(Antinori)의 오너  피에로(Piero)에게 도움을 요청해 쟈코모를 모셔옵니다. 쟈코모는 원래 포도밭보다 더 위쪽에 카베르네 소비뇽외에 카베르네 프랑, 메를로를 심어 각고의 노력끝네 사시까이아를 세상에 내놓게 됩니다. 슈퍼투스칸 티냐넬로, 솔라이아도 다 그의 손에서 빚어졌답니다. 그래서 그를 ‘슈퍼 투스칸의 아버지’로 부르지요. 안타깝게도 그는 지난 2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미생’의 볼게리 포도밭을 ‘완생’으로 만든 거장의 노력은 세계 와인양조사에 오래토록 남게 될 겁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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