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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기념식. 박근혜 대통령의 황금색 의상이 눈에 확 띄었다. 이 색을 좋아하는 중국을 배려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이란 국빈 방문에서 사흘 내내 흰색 루사리(이란식 히잡)를 착용했다. 재킷은 연두색, 분홍색, 흰색 순으로 바꿔 입었다. 이란 국기의 3색(초록색·흰색·빨간색)에 맞춘 셈이다. 패션을 통한 박근혜식 색깔정치 무대는 외교뿐 아니다. 빨간색 재킷은 투자활성화복으로도 불린다. 4·13 총선을 앞두고선 빨간색 옷을 입고 격전지를 찾았다. 빨강은 새누리당 상징색이다.

20대 총선에선 색깔정치가 두드러졌다. 여야 지도부와 후보가 당색깔에 맞춰 옷이나 목도리 등을 착용하고 선거운동을 벌였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당색인 파란색으로 복장을 통일하고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유승민 의원 등 여당 탈당 무소속 출마자들은 흰색 유니폼을 입고 연대를 과시했다.

요즘엔 넥타이를 통한 색깔정치가 화제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그제 국민의당 상징색과 유사한 연한 초록색 넥타이를 매고 안철수 공동대표 등을 예방했다. 그는 “국민의당에 잘 보이라고 부인이 골라 줬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가 어제 우상호 더불어 원내대표를 만날 때 넥타이 색깔은 노란색이었다. 그는 “우 원내대표가 김대중(DJ) 전 대통령 문하생이고 DJ가 노란색을 좋아하셨다고 해서 매고 나왔다”고 했다. 우 원내대표는 빨간색과 파란색이 교차로 배치된 넥타이를 맸다. 두 사람은 협치와 소통을 다짐했다.

전통적으로 ‘보수는 파랑, 진보는 빨강’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영국 보수당이 파란색, 노동당은 빨간색을 당색으로 쓴다. 스웨덴, 핀란드도 비슷하다. 한국 정당도 4년 전까진 그랬으나 새누리당이 바꿨다. 2012년 2월 빨간색 선택은 대권을 겨냥해 중도층을 끌어안겠다는 충격요법이었다. 동시에 경제민주화, 복지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자 민주당도 노란색을 버리고 파란색으로 갈아탔다. 개혁 이미지로 애용됐던 노랑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색이기도 하다. 새누리당 변신은 성공했고 민주당은 실패했다.

박 대통령은 총선 당일에도 빨간 재킷을 입고 투표소에 나왔다. 보수층 결집 의도가 강했다. 결과는 허탕이었다. “빨간 재킷이 역풍을 일으켰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새누리당은 당색깔을 다시 바꿀 때가 된 듯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본질이다. 정당 색깔이 콘텐츠와 결합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는 헛구호에 그쳤다. 넥타이 정치도 협치의 가시적 성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다.

허범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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