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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국칼럼] 검찰에 북춤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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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05 19:35:54 수정 : 2016-05-05 19: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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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대책으로 생명 보호 기여
피해자 앞에 눈물 흘리는 검사
국민행복시대 검찰 덕목은
사정의 칼춤보다 행복의 북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하물며 사람에게는 어떠랴. 그럼에도 사람들은 대체로 칭찬에 인색하다. 언론은 더욱 그렇다. 타인이나 사회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선 물론 지적과 비판은 필요하다. 하지만 때론 매서운 채찍보다 한 방울의 꿀이 행동을 바꾸는 데 더 효과적이다. 칭찬은 인간의 영혼을 춤추게 하는 것이니까.

서두가 길었다. 오늘은 작심하고 칭찬을 하고 싶다. 그간 검찰에 숱한 비판을 가한 당사자로서 검찰의 작은 변화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검찰은 법과 질서를 세우는 최후의 보루이다. 사정의 칼날을 휘둘러 사회악을 도려낸다. 우리가 익히 봐온 검찰의 모습이다. 그런 시각에서 보자면 검찰이 내놓은 음주운전 추방대책은 ‘변절’에 가깝다. ‘사람 잡는’ 검찰이 ‘사람 살리는’ 검찰을 자처했으니 이만 한 외도가 없다.

배연국 수석논설위원
검찰은 지난주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사망사고를 낸 음주 운전자를 가중처벌하고, 음주 상습범의 차량을 몰수하는 고강도 처방이 뒤따랐다. 새 대책의 중심에는 김수남 검찰총장이 있다. 음주사범에 대한 관대한 처벌이 교통사고를 양산한다는 것이 평소 그의 지론이었다. 우리나라의 음주사고는 지난해에만 사망 583명, 부상 4만2880명에 이른다. 매일 120명씩 죽거나 다치는 셈이다. 세계에 차마 내놓기 부끄러운 음주운전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새 대책의 추진 배경을 묻자 김 총장이 말했다. “미국 검사가 대검에 왔기에 사망사고를 낸 음주운전자의 처벌을 어떻게 하는지 물었습니다. 살인죄에 준해서 엄히 다스린다고 하더군요.” 자신감을 얻은 그는 당장 시행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검사들이 굵직한 사건에만 손을 대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이 국민의 생활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일상의 평온을 깨뜨리는 폭력, 사기와 같은 민생범죄를 소홀히 해선 안 됩니다. 폭력 전과만 50범인 사람도 있다니까요.” 김 총장은 앞으로 민생침해 사범을 뿌리 뽑기 위한 대책도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했다. 이쯤 되면 변절이 아니라 ‘변신’이다.

검찰의 이번 대책이 얼마나 인명을 구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음주사고가 예전보다 크게 감소할 것은 분명할 듯싶다. 실제로 미국 뉴욕에선 음주 운전자의 차량을 압수하는 조치를 시행한 후에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38.5% 줄었다고 한다. 검찰의 새 대책에 많은 국민이 기대를 거는 이유다.

미국의 여류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만약 내가’라는 시에서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라고 노래했다. 인간은 울새의 생명과는 견줄 수 없는 만물의 영장이다. 음주사고를 막는 것은 그런 고귀한 존재들을 그들의 둥지로 무사히 돌아가게 하는 일이다.

얼마 전 살균가습기 피해자들을 만난 부장검사는 그들의 애절한 하소연을 듣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면담장은 순식간에 울음바다로 변했다. 아마도 국민이 바라는 공직자의 자세는 이런 모습이 아닐까. 국민과 함께 공감하고 그 아픔에 귀를 기울이는 것 말이다. 그런 자세가 국민의 마음을 녹이고 행복감을 높인다.

박근혜정부는 건국 이래 처음으로 ‘국민 행복 시대’를 선언한 정부이다. 3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국민의 행복감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국민 행복을 추진하고 견인하는 공직자 자신부터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00만 공직자들이 국민에게 정말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살피는 자세로 바뀌었다면 국민 행복이 지금처럼 땅바닥으로 추락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공직자 한 사람 한 사람의 태도가 중요하다. 그 작은 물방울이 모여 국민 행복의 바다를 이룬다.

세상에 생명보다 귀한 것은 없다. 생명은 행복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요소다. 검찰도 이제 생명과 국민 행복에 기여하는 조직으로 변할 때가 됐다. 요즘 기업 구조조정의 칼날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이 퍼렇게 멍들고 있다. 그런 마당에 검찰까지 시퍼런 사정의 칼날을 번뜩인다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지금 검찰에게, 모든 공직자에게도 절실한 덕목은 칼춤이 아니다. 바로 국민의 가슴을 울리는 ‘북춤’이다.

배연국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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