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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건강해] 아폴로 눈병의 ‘공범’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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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05 19:22:52 수정 : 2016-05-05 19: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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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병이지만 환경·생활습관 영향 많아
스마트폰·담배연기도 감염 위험 높여
1969년 6월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 새로운 눈병이 창궐했다. 비슷한 시기에 인간은 사상 처음으로 달에 착륙했다. 이를 기념하여(?) 이 눈병을 ‘아폴로 11호 질병’이라 불렀다. 3년 뒤 이 질병은 일본에 도착해 다시 한 번 기세를 올렸고 일본의 한 안과의사는 급성출혈성결막염(AHC)으로 명명했으며, 이후 전 세계적 유행병(pandemic)이 됐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급성출혈성결막염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 새로울 게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환경보건학자로서 내심 찜찜한 구석이 있다. 이 질병이 환경 및 생활습관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급성출혈성결막염의 직접적 원인은 엔테로 바이러스와 콕사키 바이러스이지만 이들이 잘 살고 퍼지는 데에는 인간도 한몫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들은 온도와 습도의 영향을 받는다. 한 실험에서 20도 근처에서 습도가 높아질수록 더욱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람이 불면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태풍이 불고 난 후 감염자가 급증하는 현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먼지와 꽃가루는 바이러스 확산의 도우미다. 우리나라는 미세먼지가 사흘이 멀다 하고 하늘을 뿌옇게 덮고 있고, 꽃가루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다. 먼지와 꽃가루 자체도 문제지만 눈이 가려워 비비게 돼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높인다. 요즘처럼 유행 시기에는 단순히 알레르기 반응으로 여기지 말고 급성출혈성결막염을 염두에 두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게 더 현명하다.

빛도 결막염의 적이다. 인공조명이나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결막염 증세가 악화될 수 있다. 용접공들이 결막염에 많이 걸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격히 늘고, 하루에 수시간 동안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일상사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스마트폰 화면에서 나오는 빛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좁다란 화면을 보려면 눈을 깜박이지 않고 집중해야 한다. 눈은 빛에 시달리고 건조해져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아지고, 건조해진 눈을 비비게 되면 손에 묻어 있던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기회가 된다. 흡연자들은 담배를 입에 물면서 입을 만질 가능성이 높고 담배연기가 눈에 들어가면 순간적으로 눈을 비비게 돼 감염위험이 더 높다.

급성출혈성결막염은 감염되더라도 대부분 2주 내에 완전히 회복되는 비교적 착한 질병이다. 하지만 휘발유에 불붙듯 전파력이 워낙 강하고 잠복기가 짧아 순식간에 많은 사람이 감염돼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유발한다. 감염위험을 낮추려면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않아야 한다. 수영장도 기피대상이 된다. 급성출혈성결막염에 걸리면 시력이 떨어지지는 않지만 시야가 흐려지면서 몽롱해질 수 있고, 빛에 민감해져 자동차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급성출혈성결막염 유행을 막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지만 국가는 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질환을 단지 감염성질환이아니라 환경성질환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를 줄여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전상일 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둘다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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