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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유족 77년만에 지구 반대편서 상봉

입력 : 2016-05-03 14:46:16 수정 : 2016-05-03 14: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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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가 SNS·구글번역기로 수소문한 지 2주 만에 찾아
77년 전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량학살)로 생이별한 형제가 끝내 서로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남은 가족들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상봉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미국 뉴저지에 있는 미셸 벨스 카츠 가족과 러시아 사할린에 있는 예브게니 벨시츠키 가족은 인터넷 영상 전화 스카이프를 통해 얼굴을 마주했다.

이들은 1939년 이별한 폴란드 유대인 형제 아브람·하임 벨스의 자손들이다.

형제의 가족들은 2차대전 발발 후 나치에 의해 피오트르쿠프 트리부날스키 유대인 거주 구역으로 강제 이주했다.

자식들을 살리고 싶었던 어머니는 형제를 모두 탈출시키려 했지만, 맏이인 아브람은 가족 곁에 남기를 고집했고 결국 하임만 탈출해 소련으로 넘어갔다.

유대인 거주지역에 남은 가족들은 한 명씩 목숨을 잃었다.

벨스 형제의 삼촌은 사살됐고 부모는 트레블링카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가 가스실에서 숨을 거뒀다. 60명 넘는 대가족 중에 아브람과 사촌 1명만 살아남았다.

종전 후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아브람은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 정착하고 나서 동생 하임의 행방을 끝없이 수소문했다. 1980년대 들어 아브람의 딸 미셸도 뒤를 이어 삼촌을 찾아 나섰다.

온갖 기관, 단체에 수없이 편지를 쓴 아브람과 미셸의 노력에도 찾지 못한 하임의 행방을 찾아낸 것은 미셸의 딸이자 아브람의 손녀인 제스 카츠(25)였다. 소프트웨어 회사에 다니고 IT에 능한 제스는 단 2주 만에 하임의 아들을 찾아냈다.

제스는 유대인 헤리티지 사이트에 도움을 청해 계보 전문가에 연락했고 이 전문가는 하임의 이름이 담긴 1942년 러시아 군 기록을 찾아냈다.

제스는 이를 유대계 페이스북 단체에 공유했고 이는 러시아 사이트로 연결될 수 있었다. 구글 번역기의 도움으로 영어와 러시아어로 게재된 제스의 글을 접한 한 이스라엘 여성은 러시아 사회관계망 사이트에서 '벨스'와 비슷한 '벨시츠키' 성의 남성을 찾아냈다.

제스는 이 사이트에 얼른 계정을 만들어 이 남성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답장에 첨부된 벨시츠키 아버지의 사진을 본 제스의 가족은 모두 놀랐다. 아브람과 똑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벨시츠키가 제시한 아버지의 생일 역시 하임과 일치했다.

결국 인터넷과 SNS, 친절한 타인의 도움으로 가족을 만난 이들은 계속 페이스북 등을 통해 연락하며 그동안의 이야기와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영어와 러시아어로 게재된 카츠의 글

끝내 동생을 만나지 못하고 5년 전 95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아브람과 뇌종양으로 51세에 숨진 하임은 신기하게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둘 다 새로운 땅에서 재단사로 성공했고 8살 연하의 여성과 결혼했으며 자식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그리고 잃어버린 형제를 찾으려 수많은 편지를 썼다.

제스는 끝내 동생을 만나지 못하고 숨을 거둔 할아버지 때문에 가족들이 기쁘면서도 슬픈 상태라면서 이번에 단숨에 상봉이 이뤄진 데 대해 "두 분이 어떤 식으로든 이렇게 만드신 것 같다. 하늘에서 기쁘게 내려다보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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