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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욱,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은 여기

입력 : 2016-05-01 22:35:34 수정 : 2016-05-01 22: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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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치료차 당분간 팀과 이별
성남, 교체 투입 위해 혼신 경쟁
“건강한 모습으로 팬 앞에 설 것”
1일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성남FC와 광주FC의 경기가 열린 성남 탄천 종합운동장. 전광판 시계는 후반 45분이 지나면서 멎었지만 성남 김학범 감독은 골키퍼를 김동준에서 전상욱(37)으로 교체했다. 등번호 1번 전상욱이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수비수 장학영이 자신의 팔에 차고 있던 주장 완장을 달려오는 전상욱에게 채워줬다. 전상욱이 그라운드를 누빈 시간은 고작 1분여. 그는 광주 홍준호의 슈팅을 막아내는 등 마지막 1초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다.

전상욱이 중증질환을 앓아 팀을 떠난다. 성남은 선수 본인이 원치 않아 병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겨울 전지훈련을 모두 소화할 정도로 건강했던 전상욱이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은 것은 지난 3월. 운동을 쉬면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중증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한 달 전부터 팀 훈련에서 빠진 그는 올 시즌 한 번도 출전 명단에 들지 못했지만 이날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중증질환 진단을 받은 전상욱(성남FC)이 1일 K리그 클래식 광주FC전에서 골대를 지키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성남 선수들은 이기는 경기를 해서 대선배 전상욱이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도록 매섭게 몰아붙였다. 후반 15분과 35분 티아고와 황의조가 골을 넣었고 득점에 성공한 뒤 이들은 그라운드 외곽에서 몸을 풀던 전상욱에게 달려가 힘껏 끌어안았다.

김 감독은 교체 카드 1장을 막바지까지 아꼈다가 전상욱을 위해 꺼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전상욱을 투입하기 불안했지만 감독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었다.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운동장에서 뛰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선수들이 한발씩 더 뛰어 앞서는 상황을 만든 덕분에 전상욱이 뛸 수 있었다. 고맙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실업축구 울산미포조선에서 뛰던 전상욱은 2005년 성남 일화(성남FC 전신)에 입단했다. 2005∼2009년 6경기에만 나설 정도로 그는 벤치를 달궜다. 그러던 그가 빛을 보기 시작한 건 2010년 부산 아이파크로 이적하면서다. 당시 유망주 이범영(아비스파 후쿠오카) 등과 경쟁을 벌이던 그는 눈부신 선방을 펼치며 부산 주전 골키퍼로 도약했다. 2012년까지 부산에서 활약하던 그는 2013년 다시 성남으로 돌아왔다.

성남에서 오래 뛰지는 않았지만 이날 구단은 치료차 그라운드를 떠나는 그를 위한 특별한 행사를 마련했다. 성남 선수단과 팬들은 하나 돼 그의 쾌유를 빌었다. 경기 전 전상욱과 그의 딸이 나와 시축을 했고, 경기장 곳곳에는 ‘전상욱,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은 여기’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구단 관계자는 “경기에 잘 나서진 못해도 고참으로서 늘 밝은 얼굴과 최선을 다하는 훈련 태도로 팀을 이끌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전상욱은 구단을 통해 “건강한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서려고 잠시 치료하러 떠난다”며 “꼭 돌아오겠다”고 전했다.

최형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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