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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 영화를 북한이 싫어합니다 ‘태양 아래’

입력 : 2016-05-01 15:21:00 수정 : 2016-05-01 15: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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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듯했지만, 사실은 하나도 몰랐던 북한 사회의 ‘민낯’이 스크린에 까발려진다.

우크라이나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故 김일성의 생일) 행사 전후과정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평양으로 갔다.

소련시대에 태어나 공산주의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최근 내한해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의 현 모습은 ‘스탈린 시절’을 능가한다고 폭로했다. 촬영 당시 당국의 검열과 통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태양 아래’는 조선소년단에 이제 막 들어간 8세 소녀 진미의 눈에서 바라본 평양의 오늘을 담고 있다. ‘북한판 트루먼쇼’라는 가제가 붙었을 만큼, 북한 정부는 하나부터 열까지 장면을 연출했고, 그 영상은 세상일에 대해 다 알 리 없는 어린 진미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만큼이나 어두워 보인다. 



북한 정부가 주민들을 어떻게 억압하고 통제하는지 직접 목도하고 돌아온 만스키 감독은 정부 관계자에 의해 연출된 장면뿐 아니라 그 전후의 영상까지 낱낱이 보여주며 북한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그렇게 바라본 북한의 실체는 우스꽝스러운 촌극 같기도 하고 가슴 짠해지는 신파극 같기도 하다. 우리와 같은 시각, 북한의 하늘 아래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영화를 보면 볼수록 궁금증은 더욱 유발된다.

진미 부모의 직업이나 이들이 사는 아파트, 심지어 밥상조차 어느 하나 ‘진짜’인 건 없다. 늘 어딘가 근처에 숨어 있던 당국 관계자가 갑자기 튀어 나와 이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까지 지시한다. 그의 지휘를 받는 ‘배우’들은 하나 같이 ‘영혼이 탈출한’ 듯 뜻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이들은 기계적으로 당국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른다. 



학교에서 진미와 친구들이 배우는 수업내용을 따라가 보면 더욱 할 말을 잃게 된다. 선생님은 8세에 불과한 어린이들에게 “경애하는 대원수님은 동무들에게 왜놈과 지주놈들은 다 같이 나쁜 놈들이란 것을 깨우쳐 주시었습니다”라는 문장을 수도 없이 반복하며 세뇌시킨다.

모든 게 통제된 평양의 거리는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지만 집 밖으로 나온 주민들이 없어 도시 자체가 텅 비고 생기를 잃은 듯 보인다. 연출로도 가려지지 않는 북한의 현모습이다.

특히 마지막 인터뷰에서 ‘조직생활’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에 눈물을 보이다가도 김일성 3대를 찬양하는 시를 읊어내는 어린 소녀의 모습은 이내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전체관람가. 92분. 4월27일 개봉.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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