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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화영의 키노아이] 재탕, 삼탕하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입력 : 2016-05-01 14:00:00 수정 : 2016-05-01 16: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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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계의 소재 고갈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꽤 오래 전부터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관객들을 매혹시킬 만한 소재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더 이상 이야깃거리가 없다”는 한계에 이르게 되자 과거 부흥기 시절의 영화들을 다시 꺼내들거나(리메이크), 코믹스에서 튀어나온 영웅들의 이야기를 프랜차이즈화 하거나, 전설이나 동화 속 주인공들을 스크린에 부활시켰다. 이들은 대부분 ‘블록버스터’들이다.

특히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들은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뒷받침된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감히 경쟁할 상대가 없다는 얘기다. 지난 27일 전 세계 최초 개봉, 엄청난 수의 스크린을 독식하며 나흘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마블 스튜디오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 오프닝 무대에 오른 배우 잭 블랙은 “영화가 멋지다고? 이건 스튜디오들의 전쟁이야. 거만한 간부들은 블록버스터에 목을 매고 중국자본을 쫓아다니지. 오프닝 주의 짭짤한 수익으로 영화관은 슈퍼히어로 천지. 슈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 제다이맨, 속편 맨, 전편 맨, 판에 박힌 스크립트”라며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 영화인들로부터 공감어린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리메이크작이나 시리즈물, 혹은 슈퍼히어로 무비에 굳이 부정적인 시선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들은 이미 검증된 흥행성을 바탕으로 최신의 첨단기술을 활용, 겉으로 보기에도 그럴 듯한 비주얼과 오락성을 제공한다. 지난해 1월 개봉해 국내에서만 380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감독 조지 밀러)는 30년 만에 돌아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젊고 생기 넘치는 에너지, 그리고 영상미를 폭발시키며 세계 영화 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얼마 전에는 미국 첩보영화의 대명사가 된 ‘본’시리즈가 ‘제이슨 본’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본 아이덴티티’(2002) ‘본 슈프리머시’(2004) ‘본 얼티메이텀’(2007) 3부작을 끝으로 시리즈를 떠났던 배우 맷 데이먼(제이슨 본 역)과 2편과 3편의 연출자였던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다시 의기투합했다. 본을 기다려온 팬들은 다시 돌아온 제이슨 본이 또 어떤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시리즈 특유의 쾌감을 선사할지 기대감을 한껏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백악관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무너지는 실사 같은 장면으로 개봉 당시 ‘9시 뉴스’에 소개될 만큼 화제가 됐던 ‘인디펜던스 데이’(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1996)도 무려 20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다. 오는 여름 개봉 예정인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는 1편과 같은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또 어떤 영상혁명을 보여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앞서 개봉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시작으로 현재 상영 중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그리고 다음달 개봉 예정인 ‘엑스맨: 아포칼립스’, 오는 8월 개봉을 앞둔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 슈퍼히어로물의 공습도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할리우드만의 문제는 아니겠으나 리메이크, 시리즈물이 양산될수록 새로운 스토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계속돼야 한다. 한 작품에 대한 재탕, 삼탕이 계속될수록 반복되는 이야기에 관객들의 피로도는 증가하고, “할리우드 그만해!”라고 외치는 관객들도 분명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의 이런 변화들은 우리 영화계 10년, 20년 후의 이야기가 될수도 있기에 더욱 눈여겨 봐야 한다. '시리즈의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한국영화계에도 조금씩 시리즈물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태동하고 있다. 

오는 4일 개봉하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감독 조성희)은 아예 시작부터 속편에 대한 가능성을 농후하게 내비치며 '한국형 히어로 시리즈물'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앞서 '타짜' '가문의 영광' '조선명탐정'처럼 속편이 제작된 영화는 꽤 많았다. 하지만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한국의 대표 시리즈 영화로 정착한 작품은 아직 나오지 않았기에 이 작품의 성공 여부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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