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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백혈병 딸 위해 추가임신…부부의 선택은 옳았나?

입력 : 2016-04-27 15:43:37 수정 : 2016-04-27 15:4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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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환자 딸 치료에 쓸 ‘제대혈줄기세포(cord blood stem cell)’를 얻으려 추가 임신을 한다? 호주의 한 부부가 오래전 세웠던 계획인데, 수년 만에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생명 탄생으로 박수받을 임신을 한낱 수단으로 생각해서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호주 멜버른에 사는 애비 워커(11)는 두 살 때였던 2006년 7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코피 흘리는 딸을 병원에 데려간 니콜과 짐은 예상치 못한 소식에 할 말을 잃었다.

항암치료에 고통스러워하는 애비를 보면서 부부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치료에 실패할 수도 있으므로 제대혈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추가로 자녀를 낳자는 것이었다.



분만 후, 태반과 제대에 남은 피를 뜻하는 제대혈(탯줄혈액)은 증식능력이 큰 미분화 조혈줄기세포를 포함한다. 의학계는 1인 제대혈에서 얻은 제대혈줄기세포로 골수이식처럼 혈액학적 재건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마디로 분만 후 남은 제대혈이 항암치료보다 낫다고 부부가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은 도덕적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임신을 통한 새 자녀 출산을 또 다른 자녀의 치료수단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부의 사연은 최근 현지의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전파를 탔다.

방송에서 종양학자 피터 다우니 박사는 “줄기세포가 효과를 거두지 않았다면 어떻게 할 거였냐”며 “그들은 또 다른 임신을 계획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대혈줄기세포와 관련해 부부에게 조언을 건넸던 인물이다.

부부의 생각은 달랐다.

짐은 “많은 사람들은 우리더러 신과 내기하는 거냐는 말을 했다”며 “누군가 우리 같은 처지라면 어떤 결정이든 내렸을 것”이라고 당위성을 설명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간다.

애비를 포함해 세 자녀를 둔 부부는 예전부터 넷째 임신을 바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애비의 건강이 좋지 않아 그날이 좀 더 일찍 다가왔을 뿐이라는 게 두 사람의 주장이다. 그러나 그들의 말을 믿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넷째 제임스는 2008년 5월5일에 태어났다. 다우니 박사는 “항암치료 성공 가능성은 80%에 이른다”며 “제임스 출산을 통한 치료 성공 가능성은 25%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다행히 항암치료로 애비의 병이 나음으로써, 제임스의 줄기세포를 쓸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현지의 한 병원에 세포 샘플을 보관 중이며, 의사들은 애비의 병이 재발했을 때만 해당 세포를 실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제대혈줄기세포를 썼는데도 애비가 낫지 않았다면 부부는 어떻게 했을까?

니콜은 “다섯째 아이를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애비는 1년에 한 번씩 다우니 박사의 진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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