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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작품 전시' 돌연 취소한 이유는

입력 : 2016-04-26 14:56:40 수정 : 2016-04-26 14: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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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도·온도에 약한 작품특성 무시·준비부족 탓 '여인과 꽃'의 화가 천경자 화백의 임시전시실 개관이 돌연 취소된 것은 습도와 온도에 약한 작품의 특성을 이해 못한 부경대와 시공사 측의 준비부족 탓으로 드러났다.

부경대는 26일로 예정한 천경자 화백의 임시전시실 개관식을 개관 하루 전날인 25일 밤에 갑자기 취소하고 개관을 무기 연기했다.

고(故) 천경자 화백(1924∼2015) 장녀 이혜선씨는 임시전시실 개관을 앞두고 작품 레이아웃에 앞서 25일 부경대 대연캠퍼스에 마련된 전시실을 찾았다.

그는 전시실을 둘러보는 중 전시실에 항온·항습장치가 없고 특히 환풍구 시설조차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는 작품 전시를 거부했다.

이씨는 "어머니의 작품은 대부분 일반 종이에 연필로 한 스케치 작품이거나 채색화이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에 약해 이 상태로 전시하면 작품 훼손이 걱정된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임시전시실에 전시하는 작품 66점 가운데 대부분은 꽃과 인물 등을 소재로 한 드로잉 작품으로 일반 종이에 그린 그림이다.

천경자 화백의 채색화 `막간`
이번에 부산에서 첫 선보이는 채색화 '막간'도 종이에 그린 것이다.

작품제작 시기도 대부분 1970∼80대이고, 1950년대에 그려진 작품도 있다.

오래된 종이의 특성상 건조해지면 지질이 경화(딱딱해지는 현상)되면서 바스라지거나, 너무 습하면 곰팡이가 피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 때문에 기증자 측은 임시전시관 개관을 앞두고 작품 보존을 위해 항온·항습장치 설치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경대 측은 기증자 측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임시 전시실이란 점을 들어 항온·항습장치를 설치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미술계 한 인사는 "천 화백 작품은 전시 조건이 까다로워 전시회가 거의 열리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천 화백 작품의 특성을 감안하면 작품 보전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만큼 기증자 측의 전시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경대 측은 26일 오전 개관이 무산된 데 대한 대책회의를 열어 기증자 측의 입장을 충분히 들은 뒤 전시 작품이 훼손되지 않도록 환경을 충분히 갖춘 뒤 개관식을 열기로 결정했다.

박물관이 있는 청운관 건물 1층에 120㎡ 규모로 마련된 임시전시실은 부경대가 건립 중인 '천경자 기념미술관' 건립의 전단계로 천 화백의 작품을 보고 싶어하는 시민과 예술인의 요청에 따라 임시로 마련한 것이다.

천 화백의 장녀 이혜선씨는 지난해 12월 어머니 천 화백의 작품과 개인소장품 등 총 4천여점을 부경대에 기증하겠다고 발표했다.

부경대는 사업비 60억원을 들여 전시실, 영상실, 수장고 등을 갖춘 전체면적 1천320㎡ 규모의 독립 건물로 '천경자 기념미술관'을 건립해 2020년 문을 열 계획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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