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대는 26일로 예정한 천경자 화백의 임시전시실 개관식을 개관 하루 전날인 25일 밤에 갑자기 취소하고 개관을 무기 연기했다.
그는 전시실을 둘러보는 중 전시실에 항온·항습장치가 없고 특히 환풍구 시설조차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는 작품 전시를 거부했다.
이씨는 "어머니의 작품은 대부분 일반 종이에 연필로 한 스케치 작품이거나 채색화이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에 약해 이 상태로 전시하면 작품 훼손이 걱정된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임시전시실에 전시하는 작품 66점 가운데 대부분은 꽃과 인물 등을 소재로 한 드로잉 작품으로 일반 종이에 그린 그림이다.
천경자 화백의 채색화 `막간` |
작품제작 시기도 대부분 1970∼80대이고, 1950년대에 그려진 작품도 있다.
오래된 종이의 특성상 건조해지면 지질이 경화(딱딱해지는 현상)되면서 바스라지거나, 너무 습하면 곰팡이가 피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 때문에 기증자 측은 임시전시관 개관을 앞두고 작품 보존을 위해 항온·항습장치 설치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경대 측은 기증자 측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임시 전시실이란 점을 들어 항온·항습장치를 설치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미술계 한 인사는 "천 화백 작품은 전시 조건이 까다로워 전시회가 거의 열리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천 화백 작품의 특성을 감안하면 작품 보전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만큼 기증자 측의 전시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경대 측은 26일 오전 개관이 무산된 데 대한 대책회의를 열어 기증자 측의 입장을 충분히 들은 뒤 전시 작품이 훼손되지 않도록 환경을 충분히 갖춘 뒤 개관식을 열기로 결정했다.
박물관이 있는 청운관 건물 1층에 120㎡ 규모로 마련된 임시전시실은 부경대가 건립 중인 '천경자 기념미술관' 건립의 전단계로 천 화백의 작품을 보고 싶어하는 시민과 예술인의 요청에 따라 임시로 마련한 것이다.
천 화백의 장녀 이혜선씨는 지난해 12월 어머니 천 화백의 작품과 개인소장품 등 총 4천여점을 부경대에 기증하겠다고 발표했다.
부경대는 사업비 60억원을 들여 전시실, 영상실, 수장고 등을 갖춘 전체면적 1천320㎡ 규모의 독립 건물로 '천경자 기념미술관'을 건립해 2020년 문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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