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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건강해] 지진 후유증 ‘질병의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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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21 21:31:20 수정 : 2016-04-21 21: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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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진·독성물질 때문에 심각한 폐질환
생존 죄책감에 우울증·불면증 시달려
지구촌 ‘불의 고리’가 심상치 않다. 일본에 이어 에콰도르, 필리핀, 바누아투 등지에서 연이어 지진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지진의 안전지대라고 하지만 이를 언제까지 불변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야 할지 의구심이 든다. 막연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지금의 상황을 강 건너 불 보듯 해서도 안 될 것 같다.

지진은 지각의 진동과 균열로 인한 건물 붕괴, 지진해일, 화재, 산사태 등 물리적 피해뿐 아니라 총체적인 건강재앙을 유발한다. 지진으로 건물이 붕괴되면 폭풍먼지와 석면 농도가 급격히 치솟고, 석유나 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장이 파괴되면 주변은 독극물로 얼룩진다. 지진 발생 지역의 사망자 중 상당수는 먼지와 독성물질에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폐질환으로 숨진다. 또한 이들은 대부분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곳곳에 남아서 인간에게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지진의 건강피해는 지진이 끝난 후에도 계속된다. 자신의 신체적 손상이나 가족 및 지인의 사망, 그리고 지진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이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라고 하는데, 불면·악몽·공포감·실어증·절망감·분노·극단적 감정기복 등이 주요 증상이고 경련과 두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자기가 죽었어야 했는데 다른 가족이 죽은 것에 대해 미안해하는 ‘생존자의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지진 피해자들이 우울증을 앓거나 자살률이 높은 것도 이러한 스트레스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1999년 대만에서 발생한 지진의 난민들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자살률은 지진 피해와 무관했던 사람들보다 4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 난민들에게 구호물자 외에 심리상담 등 정신건강 지원을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다.

지진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는 임신부다. 지진 발생 후 유산과 조산 건수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인간의 성 행태도 영향을 받는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사람들은 종족보호 본능이 발동해 성행위 빈도가 증가하거나 정반대로 성적 욕구가 사라져 성행위를 하지 않는 극단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지진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성호르몬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은 생활여건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영양 공급이 충분치 않고 운동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최근 일본 지진 발생 후 차 안에서 지내던 한 난민이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으로 사망했다.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란 장시간 비행기 여행을 한 후 다리 안쪽에 혈전(피떡)이 생겨 일부 조각이 혈류를 타고 돌다가 폐에 들어가 호흡곤란을 일으켜 사망하는 현상인데, 비행기가 아니라 몸을 활발히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장시간 지내는 게 원인이다.

미래의 국가 운명은 경제적 발달이나 과학기술 발전보다 자연재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국력을 자연재해 대응능력으로 평가해야 할 것 같다. 우리도 지진 예측 능력을 높이고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점검해야 한다. 위기소통체계 확립도 필수사항이다. ‘우리는 지진에 준비 되었는가’ 자문할 때다.

전상일 한국환경건강연구소장·둘다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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