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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나도 누군가의 섬이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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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22 10:30:00 수정 : 2016-04-22 1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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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바람 타고 봄 살랑이는 거제
경남 거제도 남부에 있는 망산 중턱 전망대에서 바라본 다도해 풍경. 대병대도, 소병대도, 매물도, 소매물도 등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거제가 숨겨놓은 마지막 명소로도 불린다.
경남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구불구불한 리아스식 해안이 발달해 해안선 길이는 400㎞에 이른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와 비슷하다. 이 길이만큼 거제도 해안은 많은 것을 품고 있다.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만족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거제도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한다. 해금강을 품고 있고,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시작되는 곳이다. 바다만으로는 풍경이 물릴 수도 있다며 곳곳에 섬들을 뿌려놓았다. 바다는 푸르지만 섬이 많지 않은 동해와 섬은 많지만 푸른 바다를 기대하기 힘든 서해와는 비교를 거부하겠다는 듯 말이다. 푸른 바다와 다양한 모양의 섬들이 이루는 조화는 바다 경치의 ‘끝판 왕’이다.

배를 타고 섬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 봄 경치를 만끽하며 거제도의 바다를 담으려면 차로 드라이브를 하는 것이 제격이다. 백미는 동부 장승포에서 남부면 저구삼거리까지 해안을 끼고 달릴 수 있는 14번 국도다. 14번 국도 곳곳에서 지방도를 따라 구석구석으로 들어가면 거제도의 비경을 맞닥뜨릴 수 있다.

경남 거제 우제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해금강. 바다의 금강산이란 의미의 해금강의 진짜 이름은 갈도다. 유람선에서 해금강을 보면 섬이 두 개로 나뉘어 있는데, 전망대에서는 세 개로 나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장승포 부근에서부터 푸른 바다를 보며 내려오면 먼저 들를 곳은 공곶(鞏串)이다. 지형이 바다로 툭 튀어나와 있는 이 지역을 거룻배로 오갔다는 데서 이름 붙여졌다. 이곳은 동백꽃과 수선화로 유명하다. 동백터널을 지나 수선화밭을 거닐다 보면 몽돌해변에 도착한다. 지금은 꽃이 많이 졌지만 3월이면 노란 수선화와 바다 건너 내도 풍경이 펼쳐진다. 공곶이에서 서이말등대까지 조성된 산책길은 거제의 절경을 즐기며 걸을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경남 거제 우제봉 전망대 근처에 있는 신선대와 바다 풍경. 신선대는 신선이 내려와 풍류를 즐겼다는 곳으로 검은색, 보라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을 품고 있는 기암괴석에 부딪치는 파도가 일으키는 하얀 물보라가 장관이다
공곶이를 나와 14번 국도를 타고 구조라해수욕장을 지난 후 10여분 가면 학동몽돌해변을 만난다. 작고 부드러운 검은 돌로 이루어진 해수욕장에서 몽돌의 ‘자그락자그락’거리는 소리와 바다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여행의 낭만을 살리는 데 부족함이 없다.

낭만을 잠시 접어두고 우제봉 전망대로 향하자. 우제봉 전망대로 가는 길에는 신선대와 바람의 언덕이 여행객을 맞는다. 신선대는 이름대로 신선이 내려와 풍류를 즐겼다는 곳이다. 검은색, 보라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을 품고 있는 기암괴석에 부딪치는 파도가 일으키는 하얀 물보라가 장관이다. 신선대 건너편에 있는 바람의 언덕은 소가 먹는 풀들이 많이 있는 곳이어서 ‘띠밭늘’로 불렸다. 그러다 바람이 센 것에 착안해 작명을 새로 했다고 한다.
 

우제봉 전망대는 갈곶리(葛串里)에 있다. 칡이 많은 곳이어서 이름 붙여졌는데 지금은 해금강마을로 더 알려져 있다. 우제봉은 중국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려고 신하 ‘서불’을 보냈는데 거제 해금강에 들른 후 우제봉에 ‘서불과차(徐市過此)’란 글을 새겼다는데 흔적을 찾기는 힘들다.

우제봉 전망대에 오르면 바다의 금강산이란 해금강으로 알려진 갈도(葛島)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유람선을 타고 보는 방향과는 반대편이다. 유람선에서 해금강을 보면 섬이 두 개로 나뉘어 있는데, 전망대에서는 세 개로 나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망대에서 보는 해금강 반대편 바다 풍경도 일품이다. 거제의 망산과 10여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섬들을 한번에 조망할 수 있다.
경남 거제 우제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다도해 풍경. 오른편의 망산과 왼편의 대병대도, 소병대도 등의 풍경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우제봉 전망대는 갈곶리(葛串里)에 있는데 지금은 해금강마을로 알려져 있다.

14번 국도의 종착역인 저구삼거리에서는 여차·홍포 전망대로 향해야 한다. 망산 중턱에 자리 잡은 전망대를 가려면 여차 마을 쪽에서 올라 홍포 마을 방향으로 가거나 반대 방향으로 가도 된다. 전망대에서는 대병대도, 소병대도, 매물도, 소매물도, 가왕도 등을 손에 잡힐 듯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다. 우제봉 전망대에서 멀리 보이던 그 풍경을 바로 앞에서 보는 것이다. 전망대 부근은 도로 폭이 좁고 일부는 비포장도로다. 이에 단체 여행객들이 많이 오지 않고, 대중교통으로도 찾기 힘들다 보니 거제가 숨겨놓은 마지막 명소로도 불린다. 짙푸른 바다와 여러 섬들이 이루는 한 폭의 수채화는 ‘나만의 풍경’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싶다.

거제=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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