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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가장의 빈 호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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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18 21:10:26 수정 : 2016-04-18 2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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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패인의 뿌리는 중산층·서민 가계 가난하게 만든 세금과 공공요금 인상
경제 살리기 등돌린 정당은 박수받기 힘들다
민심이 싸늘하다. 여당의 총선 참패에 이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마저 곤두박질한다. 가을바람 낙엽 같다. 물불 가리지 않고 벌인 패싸움. 그 싸움에서 어두운 내일을 봤을 테니 표가 모일 리 없고 지지율이 오를 리 없다. “오늘은 나아질까, 내일이면 나아질까.” 그런 생각을 했을 많은 사람의 기표하는 손은 2번, 3번으로 옮겨가지 않았을까. 야당은 잘했던가. 오불관언(吾不關焉) 막장 정치를 하기는 똑같다.

왜 여당만 차가운 외면을 받을까. 공천 파문, 당 대표의 옥새 파동? 그것만이 원인일까. 아닌 것 같다.

중요한 사실 한 가지가 있다. 경제 문제. 지난 수년간 무슨 일이 벌어졌던가. 중산층과 서민 가계의 호주머니는 가벼워졌다. 왜?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너도나도 돈을 앗아 갔으니. 정부도, 지방자치단체도, 공기업도 그랬다. 일자리가 많아지고, 소득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쌈짓돈은 구멍난 호주머니 동전처럼 빠져나갔다. 처자식을 먹이던 외식을 두 번에서 한 번으로 줄이고, 담배를 억지로 끊은 가장이 한둘이었을까. 어려워진 가계 살림이야말로 아킬레스건이 아닐까.

강호원 논설위원
계산을 해 보자. 2013년 근로소득세 감면 축소. “한 달에 1만3000원 세금 늘어나는 것은 감수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한 말이다. 공감하지 못할 일이 아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나라 살림은 시퍼렇게 멍들고 있었으니.

그다음이 문제다. 담뱃값을 올렸다. 한 갑 2500원이던 담뱃값이 4500원으로 뛰니 하루 한 갑 피우는 사람은 연간 73만원의 세금을 더 물어야 한다. 담배 한 갑에 붙는 세금은 3318원. 연간으로는 121만원. 고급 승용차에 물리는 자동차세보다 많은 세금을 내면서 죄인 취급까지 받는다. 화나지 않았을까. 지난해 담뱃세 세수 11조489억원. 한 해 전보다 4조3000억원 더 걷혔다. 정부는 그것을 큰 치적으로 삼는다. 한달 6만~7만원의 외식비를 줄여야 하는 가장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것으로 끝난 것도 아니다. 지난해 일이다. 공공요금을 올렸다. 대통령이 “공공기관 부채를 줄이라”고 하니 행정자치부는 “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을 현실화하라”는 공문을 만들었다. 부채 문제를 해결하자면 감량 경영부터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비용을 줄이기 위한 내부 구조조정 소리는 들리지 않고 너도나도 요금을 올렸다. 특별이익 일부를 포함해 지난해 11조3467억원의 이익을 낸 한전의 대규모 흑자는 무엇을 말하는가. 전기요금뿐인가. 지자체들이 요금 올리기에 나서면서 오르지 않은 공공요금이 드물다. 지하철·버스 요금을 200원 올리면 가계의 부담은 얼마나 더 늘어날까. 4인 가구 하루 한 번 왕복 기준으로 연간 58만400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중산층과 서민 가계의 호주머니를 터는 ‘이상한 경영정상화’다.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속에서도 유독 우리나라 공산품 가격은 오른다. 왜 그럴까. 공공요금 인상 여파인가, 민간 기업이 정부를 따라 하는 것인가.

많은 부담을 떠안더라도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면 세금과 공공요금 부담은 오히려 감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 못하니 문제다. 일자리 만들기? 말만 요란하다. 세계가 나라 운명을 걸고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는 판에 “우리 경제는 안전하다”는 한가한 소리만 한다. 시들어 가는 경제를 살릴 정책도 보이질 않는다.

“화이트칼라가 돌아섰다”고 한다. 너무도 당연한 일 아닌가.

“야당이 경제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지난 수년간 그나마 지엽만 건드린 경제활성화 법안 하나 제대로 통과시킨 적이 없다. 정쟁을 주도해온 야당.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 “경제를 심판하겠다.” 묻고 싶다.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는가.

알묘조장(?苗助長).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싹을 억지로 잡아당겨 빨리 자라게 한다는 뜻이다. 억지로 잡아당기면 어찌 될까. 말라 죽는다. 퇴계 이황은 이 말로 경학(經學)을 공부하는 자세를 가르쳤다. 남시보에게, 이덕홍에게 “알묘조장을 경계하라”고 했다. 공부만 그럴까. 세상의 이치가 똑같다.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늘리려면 ‘경제 뿌리’를 튼튼히 해야 한다. 뿌리를 튼튼히 할 행동은 하지 않은 채 가계 호주머니 돈으로 싹이 자란 것처럼 꾸민다면 어찌 될까. 민심은 돌아선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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