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건강 걱정은 그만… 즐겁게 사는 것이 최고의 건강법”

입력 : 2016-04-16 02:00:00 수정 : 2016-04-15 19:23:1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크리스티안 구트 지음/유명미 옮김/부키/1만4800원
나는 왜 늘 아픈가/크리스티안 구트 지음/유명미 옮김/부키/1만4800원


사실 몇십년 전만 해도 노인들은 그저 늙어 죽었다. 절뚝거리면서 변덕을 부리던 할아버지는 어느 날 담배파이프 옆에 갑자기 쓰러져 눈을 감았다. 가족과 친지들은 눈물로 슬퍼하고, 관을 짜서 땅에 묻어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의학의 발전으로 모두가 자신의 병명을 알 수 있게 되었다. CT, 혈관 조영술, 심장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몸을 샅샅이 수색할 수 있다. 이제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채 눈을 감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쨌든 죽음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다니 뭔가 좀 안심이 될 법도 하다. 한발 앞서 그 원인이 될 만한 싹을 미리 찾아 잘라 버릴 수도 있는 일 아닌가? 그리하여 마침내 온갖 의료기술이 동원되는 ‘예방’이 현대의학의 신조로 자리 잡았다. 의사의 손길, MRI, 로봇수술 같은 첨단기기에 대한 숭배는 종교에 가까울 지경이다. 그런데 유전자검사, 예방 등을 강조하며 건강 불안증을 조장할 경우 가장 이득 얻는 자는 누구인가.

예컨대 신종 플루가 유행하는 동안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10만명 중 신종 플루에 걸린 사람은 단 300명이었다. 백신을 접종받은 경우에도 10만명 중 80명이 신종 플루에 걸렸다. 예방접종은 질병의 위험을 고작 1.4% 줄이는 데 그쳤다. 그런데도 유엔과 각국이 대략 1조달러를 썼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많은 이들은 ‘조기 암 검진’을 꼬박꼬박 받는다. 당뇨,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을 미리 차단하고자 운동과 식이요법을 철저히 수행한다. 미디어에서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건강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몸 어딘가가 조금만 쑤시거나 화끈거리기만 해도 하루 종일 인터넷 서핑하다 급기야 ‘건강 강박증’에 빠져든다. 질병과 노화의 원인을 점점 더 많이 알아갈수록 인간은 병과 수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최신 통계에 따르면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고, 과식하며, 술과 담배를 달고 살면서 운동은 하지 않는 사람 1만명 중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사람은 연간 20명이었다. 이에 반해 적절하고 균형 잡힌 식사에 운동을 하며 파티에 가도 세 시간 내내 다이어트 콜라 한 잔으로 버티는 사람들 중 1년에 5명 이상이 심근경색을 일으킨다. 절제된 생활을 유지한 그룹에서도 심장이 막히는 사람이 간혹 나온다는 사실은 무얼 얘기하는가.

저자는 이 책에서 현대의학의 한계를 신랄하게 지적한다. 의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며, 궁극적으로는 모두 노화와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건강 강박증에 휩싸인 채 우리의 삶에 주어진 유한한 시간을 온갖 의학적 예방 조치와 재미없는 시간에 쏟아붓는다면 그야말로 허무한 인생 아닌가.

저자는 인생에 주어진 시간을 즐겁게 누리는 것이 최상의 건강법이라고 충고한다. 독일 베를린에서 신경외과 개업의였던 저자는 지금 의학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건강강박증에 대한 갖가지 사례와 다양한 해결책이 나온다.

정승욱 선임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