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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기관만 변호사 소개… 법조 브로커 개입 막는다

입력 : 2016-04-11 19:40:12 수정 : 2016-04-11 19: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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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법무부 ‘변호사 중개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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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수사 강화에도 법조브로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변호사 2만명’ 시대를 맞아 사건 수임을 둘러싼 변호사업계의 극심한 경쟁이 브로커들의 활동 공간을 더욱 넓혀주면서다. 법조브로커 근절을 선언한 법무부는 변호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국민에게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단체가 나서 변호사를 소개해주는 ‘변호사 중개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나섰다.

법무부 주도로 출범한 ‘법조브로커 근절 태스크포스(TF)’ 위원들이 지난달 23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TF는 변호사 중개제도 도입과 소속 변호사·직원의 변호사법 위반 시 법무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 신설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
◆브로커가 장악한 개인회생 시장


1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지검은 개인회생 사건 시장을 둘러싼 법조비리를 적발해 수사했다. 법조브로커(77명)와 변호사(57명), 법무사(12명), 대부업자(3명)를 합쳐 모두 149명을 입건해 그중 달아난 1명을 빼고 31명은 구속기소, 117명은 불구속기소했다. 단속된 브로커들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자격증 없이 개인회생 사건 등을 맡아 총 482억원의 수임료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특히 변호사와 법무사 69명이 이들 브로커에게 자격증을 빌려줘 개인회생 사건을 처리할 수 있게 한 대가로 42억8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게 충격적이다. 자격증 대여로 재미를 본 변호사 중에는 판·검사 출신 9명과 대한변호사협회 간부 1명도 포함됐다. 검찰 관계자는 “법조브로커들이 기존의 민·형사 사건은 물론 개인회생 사건까지 파고들어 시장을 장악했다”며 “개인회생을 신청할 만큼 곤궁에 처한 경제적 약자의 돈으로 브로커와 일부 변호사의 배만 불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도 올 들어 개인회생 사건 시장을 잠식한 법조브로커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조사 결과 법률사무소 사무장 이모(53·구속기소)씨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서초구 일대 법률사무소 4곳에 ‘개인회생팀’을 차려 변호사 자격도 없이 2000건 이상의 개인회생 사건을 처리해 총 31억1600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씨에게 자격증을 빌려준 변호사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사안의 심각성을 깨달은 법원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형사단독판사 2명과 형사항소부 1곳을 ‘법조비리 사건 전담재판부’로 지정했다. 법원 관계자는 “법조브로커들이 전통적인 민·형사 사건을 넘어 개인회생·파산, 경매 분야까지 활동 무대를 넓혔고 그 수법도 한층 복잡해진 만큼 전문성을 갖춘 재판부가 맡을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정보 비대칭’ 해소가 핵심


전문가들은 한국 법조계 특유의 ‘정보 비대칭’이 법조브로커의 온상이라고 설명한다. 변호사업계 내부 정보를 밖에서 알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갑자기 형사사건 등에 연루돼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해진 일반인은 대체 어떤 변호사에게 의뢰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이 틈을 노리고 접근하는 게 바로 브로커다. 일반인은 “사건을 담당하는 판·검사와 동향 또는 동창이거나 사법연수원 동기생인 변호사를 잘 안다”는 브로커의 유혹에 넘어가기 십상이다.

법무부는 이런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법조브로커를 근절하기 위해 ‘변호사 중개제도’ 카드를 꺼냈다. 미국 여러 주와 호주 등에서 시행 중인 변호사 중개제도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단체가 의뢰인의 요구 사항에 꼭 맞는 조건의 변호사를 찾아 소개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법무부는 2012년 고려대 법학연구원에 용역을 줘 변호사 중개제도 연구를 맡겼다.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변호사 중개를 맡을 기관은 △대한변호사협회 △서울 등 각 지방변호사회 △대한법률구조공단 △법학전문대학원 △지방자치단체 △법무부 장관 인가를 받은 비영리 공익법인 등이다.

변호사 중개제도가 정착하면 그동안 의뢰인과 변호사의 접촉을 가로막으며 알선 소개료 명목으로 거액을 받아 챙긴 법조브로커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용역 보고서 작성 책임을 맡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제완 교수는 “변호사 증가로 수임 경쟁이 과열될 경우 ‘소개료 증가→변호사의 수지 악화→국민들의 추가 부담 증가’라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변호사 중개제도가 건전하게 시행된다면 과도한 소개료의 문제점을 제거함으로써 변호사의 수지 개선 등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정선형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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