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 풍수 핵심은 모자란 것 도와서 채우는 ‘비보’
‘한국 풍수의 시조’ 도선 풍수의 발자취 담아
최창조 지음/민음사/3만5000원 |
‘풍수무전미’(風水無全美), 즉 완전한 땅이란 없다. 한국 풍수란 지맥이 끊기고 산맥이 끊겨 운이 다한 땅을 보살핀다. 결함을 취하여 그를 고치고자 함이 도선(827∼898) 풍수의 근본이다. 우리 민족 고유의 ‘고침의 지리학, 치유의 지리학’이 도선 풍수 사상이다. 저자 최창조 교수는 새봄이 오면 전국의 명산대찰을 찾아 지맥을 점검한다. 이를 토대 삼아 도선을 연구한 결과물이 이 책으로 엮였다. 사실 도선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었다. 그의 입적 후 고려시대 나온 도선 관련 기록들은 지배계급인 왕씨 가문의 정당성 확립에만 집중되었다. 따라서 신빙성이 떨어진다. 현대 학자들의 해석과 평가도 상반돼 도선이 도대체 누구인지를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저자는 도선을 한국 풍수의 ‘비조’로 단언한다. 도선에서 시작된 한국 풍수의 맥은 이후 묘청, 신돈, 무학, 이의신, 홍경래, 전봉준으로 이어진다.
풍수란 좋은 땅을 골라 음덕(蔭德) 좀 보자는 술법 정도로 이해하기 쉽다. 이는 중국에서 전래된 풍수 개념 때문이다. 그러나 도선 풍수, 즉 한국적 자생 풍수는 땅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된다. 사람과 자연의 상생 조화이다. 도선 풍수는 ‘비보’(裨補)가 핵심이다. 비보란 모자라는 것을 도와서 채운다는 의미. 자연에 대한 인간의 적극적 개입을 의미한다. 즉 좋은 땅을 찾는 풍수가 아니라 ‘아픈 땅을 고쳐 좋은 땅으로 만드는’ 개념이다.
도선의 초상 |
서울 시내 중심부 모습이다. 도선의 풍수를 이어받은 무학은 북악산과 인왕산이 서로 맞지 않아 경복궁의 자리를 서쪽으로 이동시켰다. 민음사 제공 |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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