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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만주국서 온 한국의 ‘빨리빨리 정신’

입력 : 2016-04-08 20:15:52 수정 : 2016-04-08 20: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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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정 지음/문학과지성사/2만8000원
만주 모던-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기원/한석정 지음/문학과지성사/2만8000원


1960년대 한국은 1930년대 만주와 닮았다면 과장인가. 저자는 단기간 급성장한 1960년대의 원류를, 1932∼1945년 만주국 체제에서 찾는다.

만주국은 남만주철도 건설을 명분으로 침략한 일본 관동군이 세운 괴뢰국이다. 1931년 당시 만주를 지배한 군벌 장쉐량(張學良)을 궤멸하고 세웠다. 만주국의 설계와 기본 경제정책은 일제 전범 기시 노부스케가 입안한 것이다. 이후 만주국은 권위주의 체제와 불도저식 건설을 토대로 사회와 경제를 일으킨다.

1960∼1970년대 한국에서 일어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국토개발, 반공대회, 대량 전단 살포, 표어 제작, 주민 점호 등은 모두 만주국을 본뜬 것이다.

동아대 교수인 저자는 1930∼1940년대 '만주국정보공보' 등 간행물과 당시 만주, 조선, 일본에서 간행된 신문을 샅샅이 찾고, 5·16 관련 인사들을 만나 이 책을 꾸몄다.

박정희를 비롯한 이선근, 정일권, 유석창, 신기석, 김성태, 이인기 등 만주 출신들은 5·16 이후 군부에 합류한다. 1968년의 ‘국민교육헌장’은 만주국 출신들이 기초 작업에 참여해 만든 것이다. “싸우면서 건설하자”는 구호 역시 만주국 모델을 모방한 것이다.

뭐든 신속하게 뚫고 파헤치고 메우고 덮어버리며 남성성을 과시한 것은 만주국 체제를 본뜬 것이다. 1960년대 울산 공업단지 건설 등은 만주국 대도시와 공단 건설 계획을 모방했다. 박정희정부의 도로, 도시, 댐, 공단을 망라하는 종합국토개발과 다목적 수자원 관리 계획은 만주국의 총합개발을 원형으로 했다.

이러한 국토 확장과 건설, 식량 증산의 경험은 후일 중동에 진출한 한국 건설 경쟁력의 뿌리가 되었다. 하지만 자연 경관의 파괴, 전통적 건물과 시가지의 파괴, 졸속 부실 공사, 민주주의의 희생 등을 대가로 치러야 했다. 일본 식민주의는 약 1000만명의 이동을 초래한 대소용돌이의 역사였다.

정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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