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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테러 부르는 글로벌 자본주의… 공존의 해법 모색하다

입력 : 2016-04-01 19:48:14 수정 : 2016-04-01 19: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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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 지음/김희상 옮김/자음과모음/1만3000원
새로운 계급투쟁 - 난민과 테러의 진정한 원인/슬라보예 지젝 지음/김희상 옮김/자음과모음/1만3000원


2015년 11월 13일 이후 전 세계의 사람들은 서로를 위로했다. SNS를 통해 ‘나는 파리다’라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그런데도 이 같은 순수한 연민과 동정이 공허하게 들리곤 한다. 올해도 테러는 어김없이 이어졌다. 지금의 테러는 이전의 양상과는 달랐다. 과거엔 군사적 혹은 정치적 대상을 공격했다면 최근엔 레스토랑, 록 콘서트홀 등 일상생활의 공간이자 대중문화가 숨쉬는 장소를 노렸다. 그러면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유럽의 진보 사상가로 유명한 슬라보예 지젝은 최근 낸 저서에서 유럽의 위기를 진단하고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유럽이 처한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고 대책을 설명하는 지젝의 폭넓은 지적 지평이 드러난다. 지젝에 따르면 유럽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대규모 난민과 IS가 저지른 테러는 확산 일로에 있다. 일련의 사태는 유럽을 전후 최대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 세계인이 보인 연민과 동정만으로는 이를 극복할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게 있다. 테러와 난민의 물결은 단순히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는 것. 무엇보다 글로벌 자본주의의 한 징후라는 것이다. 지젝은 전 지구적 통찰이 없는 파리 희생자들을 향한 무기력한 연대는 불필요하다고 일갈한다. 이런 연대는 가짜 윤리가 지닌 무례함일 뿐이다. 오히려 이런 허울뿐인 연대를 걷어 치우자고 외친다. 지금 세계는 어떤가. 갈수록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정부는 기득권 집단에만 봉사하는 듯하다. 사회는 분열되고, 인간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마당에 서유럽은 오로지 허울 좋은 민주주의, 자유, 평등을 외친다.

지금 서구사회에 진정 위협이 되는 것은 난민의 유입이 아니다. IS테러와 난민문제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역학 관계에서 기인한다. 이는 전 지구적 근본주의의 출현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이슬람 파시스트나 유럽의 반이민 인종주의자들은 동전의 양면이다.

이 순간 유럽의 양심은 테러와 난민의 물결의 배경인 경제적 원인에 대해 말해야 한다. 자본주의로부터 문화적, 자연적, 인간적 재화를 해방시키는 새롭고 보편적인 공산주의를 재발명해야 한다. 아울러 이슬람의 개성을 더 객관적으로 수용하고 문화적 차이를 더 폭넓게 수용해야 한다. 공산주의란 폭력을 수반했던 과거 고전적인 공산체제가 아니다. 새롭고 보편적인 공산체제이다.

무슬림과 서구 자유주의자는 상호 공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유럽의 양심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지젝은 “우리는 계속되는 자본주의 지배를 지켜만 볼 것인가, 아니면 오늘날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적대성을 찾을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타파할 적대성 네 가지를 지목한다. 생태 파국의 위기, ‘지식재산권’의 사유재산화, 유전공학 같은 기술-과학이 초래할 반사회윤리, 새로운 형태의 아파르트헤이트 등이 그것이다. 그러면서 진정한 계급투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하다. 진정한 계급투쟁이란 무엇인가. 이용당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지구적 연대에 반대하는 모든 것을 거부하는 행동이다. 지젝은 최근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와 함께, 진보 세력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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