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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 기본만 알면 당신도 젠틀맨"

입력 : 2016-03-31 21:15:48 수정 : 2016-03-31 21: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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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앤 더 맨' 출간한 남훈 알란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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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이 아니라 울산, 삼천포에 사는 아버지·삼촌세대, 입사면접을 앞둔 청년들이 이렇게 입으면 좋겠다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고 싶은 거죠.”

편집매장 알란스 남훈(45) 대표는 ‘클래식 패션 전도사’로 불린다. 클래식 슈트를 현명하게 골라 잘 입는 법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그가 이번에 자신의 경험을 정리한 책 ‘클래식 앤 더 맨’을 내놓았다.
알란스 남훈 대표는 “클래식 슈트의 역사를 알고 지켜야 할 원칙을 익히고 나면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훨씬 경제적이고 알차게 옷장을 채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원 기자

초고가 제품과 허영 섞인 수식어만 가득한 안내서일 것이라 예단해선 안 된다. 남 대표는 16년간 패션업체에서 고가 브랜드를 담당했다. 이후 독립해 편집매장을 운영하고 패션 컨설턴트,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접한 슈트의 원칙을 평범한 남성에게 전하려는 것이 그의 의도다. 비현실적인 젊은 모델이 아니라 ‘키가 크지 않고 적당히 배도 나왔으며 인생의 무게가 얼굴에 드리운 주변 남자’를 대상으로 한다.

“브랜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잘 만든 옷도 내게 안 맞을 수 있어요. 자기에게 잘 맞는 옷, 입었을 때 자신감이 생기는 옷, 너무 비싸서 날 누르고 어디 입고 가지도 못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즐기는 옷을 찾는 게 중요해요.”

그는 ‘슈트를 입으려면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슈트의 기원을 알면 지켜야 할 원칙을 익히게 되고,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원칙을 알면 충실하게, 경제적으로 옷장을 채울 수 있다. 언뜻 보면 유행과 동떨어져 보여도, 기본을 지키고 체형을 보완해 주는 슈트는 입는 이를 돋보이게 만든다. 그는 슈트를 “바느질을 기본으로 한 조각작품, 또는 예술과 과학을 믹스한 복장, 남자의 두번째 피부, 복장을 통해 키가 커 보이도록 만드는 현대의 마법”이라 부른다.

“슈트는 영국의 군복에서 유래했어요. 군복의 특징이 남아 있죠. 남의 눈에 띄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짙은 남색이나 회색 같은 어두운 색이 많아요. 군화에 끈이 있으니 양복에도 끈 있는 구두를 신었죠. 내가 어디 있는지 드러내면 안 되니 넥타이도 어두운 색이고요. 군인이 골프, 승마를 하거나 자연에서 운동할 때 입던 옷이 재킷이에요. 더 밝고 화려하죠. 슈트와 재킷은 생긴 건 비슷해도 출발점이 달라 입는 방식이 다르죠.”

그는 “여성들은 개인의 차별화를 위해 옷을 입지만 남성복은 집단을 위해 입는 사회적인 옷”이라며 “50∼100년 전에도 슈트의 기본은 회색이었듯이 유행의 흐름이 완만하기에 클래식한 옷을 많이 가질수록 옷차림에 대한 고민이 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생 입고 싶은 슈트와 구두, 재킷 하나에 나머지를 저렴하게 마련하면 옷차림이 풍요로워진다는 것이다.

“유행하는 디자인은 음식으로 치면 간이 센 양념과 같아요. 처음엔 눈길을 잡아 끌 수 있지만 자주 입기는 부담스럽죠. 클래식 슈트는 담백한 백반 같은 거예요.”

그러나 주머니가 가벼운 남성에게 ‘원칙에 충실한 좋은 옷을 입으라’는 얘기는 공허하게 들린다. 남 대표는 “싸면서 좋은 옷은 모순이지만, 그에 근접한 옷들은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엔 좋은 물건이 백화점에만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 비싸지 않은 맞춤가게가 많이 생기고 있어요. 20, 30대 젊은이들이 창업해서 바지, 셔츠만 전문적으로 만들기도 해요. 명성은 떨어지지만 좋은 물건을 사랑해서 만드는 이들이죠.”

슈트를 잘 입기 위해 그가 주문한 건 역사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발품’이다. “기성복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는 그는 “모두가 맞춤복을 입을 수는 없기에 기성복 중 자기에게 맞는 패턴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옷과도 궁합이 있어요. 입으면 더 날씬해 보이고 자신감이 생기는 것은 물론 밝아 보이는 옷이 있죠. 그 정도는 찾을 수 있다고 봐요. 찾고 나면 훨씬 편해지죠. 자전거를 한 번만 배우면 계속 탈 수 있잖아요. 옷 입기도 마찬가지예요.”

그는 4살 때 양복을 입었다고 했다. 1930년대에 라벤더색 맞춤복을 입은 ‘모던보이’ 외할아버지의 영향이었다. ‘운동화를 안 사주면 가출할 정도로 나이키가 인기였던’ 초등학교 5학년 시절에도 구두를 신었다. 요즘에는 수많은 인사들에게 옷차림을 조언한다.

청와대 경호실에서 강의를 한 적도 있다. 대통령들의 옷차림 역시 유심히 봐왔다.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며 ‘저 타이는 바꿨으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의 옷차림에 대해 묻자 그는 뜸을 들인 뒤 “슈트를 센스 있게 소화한 분은 없는 것 같다”며 “글쎄, 장면 대통령 정도일까요. 오히려 1950∼60년대 복장이 훨씬 나았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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