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900%의 살인적인 이자율… '일수'의 덫을 아시나요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6-03-30 17:15:46 수정 : 2016-03-30 17:15:4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중학교를 중퇴한 A(21·여)씨는 7000만원이 넘는 빚이 있다. 2013년 한 술집에서 같이 일하던 장모(24·여)씨가 생활비가 필요하다고 해 명의를 빌려준 게 화근이었다. 장씨는 A씨에게 ‘일수’(매일 일정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형식의 대부업) 업체를 소개하면서 100만원을 대신 빌려달라고 했다. 매일 4만원을 30일간 갚는 조건이었다. 연간으로 따지면 이자율이 445%에 달했다. 장씨는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다. A씨는 결국 지난 1월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정식으로 등록하지 않은 불법 일수 업체가 연간 900% 넘는 살인적인 이자율을 적용하며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업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직장인이나 자영업자여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서민금융지원 제도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이들은 30만명이 넘는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지난해 6월 성인 5026명을 대상으로 불법 사금융 이용 현황을 설문조사한 결과, 약 33만명이 10조5000억원 규모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평균 이용 금액과 연간 이자율은 각각 3209만원, 114.6%였다. 이는 현행 대부업 법정 최고 이자율인 27.9%의 4배가 넘는다.

불법 사금융 중 일수는 이자율이 이보다 더 높다. 지난해 한국대부금융협회 소비자보호센터가 접수한 일수 관련 민원을 살펴보면, 전체 일수 업체 이용자가 낸 연평균 이자율은 985%에 달했다. 법정 최고 이자율의 35배가 넘는 것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100만원을 빌리면 90일간 매일 1만5000원을 갚으면 된다는 일종의 눈속임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일수를 많이 이용한다”며 “연간 이자율로 환산해 보면 법정 이자율을 훌쩍 뛰어넘는다”고 지적했다.

고금리로 영업하는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이들은 회사원과 자영업자가 대부분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대형 대부업체 이용자 가운데 회사원이 68.4%로 가장 많았고 자영업자(21.3%)가 뒤를 이었다. 대부업체를 이용한 이유로는 생활비 용도가 63.3%를 차지했다.

사람들이 대부업체로 발길을 돌리는 것은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대출 받지 못하는 탓이 크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해 9월에 낸 ‘서민금융 자금수요자의 특성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대부업체에서 대출 받은 적이 있다’고 한 응답자 가운데 67%는 제도권 금융회사에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부 당한 경험이 있었다.

또 대부업 대출 경험자 중 약 30%가 미소금융이나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정책 금융상품을 지원 받지 못할 경우 연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일수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에는 정식 등록된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릴 수 없는 절박한 이들이 많다”며 “정부가 여러 서민금융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문턱이 높고 홍보가 잘 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박진영·이정화 기자 jy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
  • 블랙핑크 로제 '여신의 볼하트'
  • 루셈블 현진 '강렬한 카리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