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온라인서 옛 남자친구의 새 애인 행세한 女, 왜?

입력 : 2016-03-27 11:05:02 수정 : 2016-03-27 11:05:0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대법원,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 확정

 모바일 공간에서 남의 사진과 인적사항을 자기 것처럼 속여 다른 사람 행세를 했다면 죄가 될까, 안 될까. 일단 명의를 도용당한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판단이다.

 김모(28·여)씨는 2014년 1월 자신의 스마트폰에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을 깔았다. 하루 16명의 이성을 소개시켜준다고 해 100만명 넘게 가입했다는 유명 어플이었다. 그런데 김씨의 자기소개 내용은 가짜였다. 나이, 출신지, 직업, 키, 사진 등은 모두 다른 여성 A씨의 카카오톡 프로필에서 가져와 그대로 옮겼다.

 A씨는 2년 전 김씨와 헤어진 남자친구의 새 애인이었다. 김씨는 옛 남자친구와 A씨 사이를 갈라놓을 목적으로 앱을 깔았던 것이다.

 김씨는 A씨 프로필을 보고 연락해 온 남자들과 이틀 동안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남자들은 김씨가 자기 것인 양 알려준 A씨의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도 걸었다. 결국 타인 행세가 들통난 김씨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씨의 행동은 A씨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A씨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2심은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B씨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자신의 것처럼 알려준 사실은 인정되지만 인적사항을 도용한 것일 뿐 어떤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가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정이 있긴 하지만 명예가 훼손됐다고 보긴 힘들다는 이유도 들었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7일 김씨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판결과 관련해 법원 관계자는 “현행법상 남을 사칭해 재산상 이익을 얻는 등 2차적 피해가 발생해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 남을 사칭하는 행위만으로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한 정통망법 개정안이 지난해 7월 발의됐지만 19대 국회 임기 만료 임박으로 입법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해당 개정안은 온라인 공간에서 남의 이름이나 사진, 영상 등을 사칭하는 행위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