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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무관심이 독재 부른다”… 20세기 정치가 그람시의 경고

입력 : 2016-03-26 03:00:00 수정 : 2016-03-25 19: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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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그람시 지음/김종법 옮김/바다출판사/1만5000원
나는 무관심을 증오한다/안토니오 그람시 지음/김종법 옮김/바다출판사/1만5000원


“나는 살아 있고 삶에 참여하는 인간이다. 그러므로 나는 삶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증오하며, 무관심한 사람을 증오한다.” 이탈리아의 급진 사상가이자 정치가인 안토니오 그람시(1891∼1937)의 말이다. 초기 자본주의의 폐해를 짚어내, 파시스트 이탈리아가 처한 비극적 상황을 분석한 책이다.

이탈리아의 사회주의 운동을 제창한 그람시의 이 책은 한때 불온 서적이라는 딱지가 붙어 국내에서도 출판 금지된 적이 있다. 그람시는 이 책에서 시민운동과 정치에 무관심한 대중이 일어서 파시스트 타파를 촉구했다.

그람시는 이탈리아 민중의 정치 무관심을 지적한다. 1900년대 이탈리아에 파시즘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은 민중의 정치 무관심이었다는 것. 민중의 정치 참여를 촉구한 그람시는 파시스트 정부에 의해 불법단체 활동이라는 죄목으로 20년형에 처해졌다. 그는 감옥에 갇힌 지 11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책에서 그람시는 시민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하고, 시민의 참여가 없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설득력 있게 펼친다. 특히 당시는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독재를 시작하려던 시점이어서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람시가 평생 연구의 주제로 삼은 것은 ‘왜 노동자와 농민이 자신들의 이익과 전혀 무관하게도 파시스트 독재를 더 지지하는가’였다. 그는 이 의문에 답을 찾기 위해 오랜 세월 숙고했고, 그 답을 ‘무관심’에서 찾았다. 역사와 세계에 대한 무관심, 정치와 경제에 대한 무관심, 지금의 삶과 미래에 대한 무관심이 사적 욕망에 가득찬 독재자와 그에 순응하는 말 없는 민중을 탄생시킨다.

그람시에게 무관심은 비겁함일 뿐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무관심은 오랫동안 역사 안에서 강력하게 작동하며 그 발전을 막았다. 무관심한 사람은 무책임하며 언제나 불평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무관심한 사람들’은 어느 시대, 어느 공간에서나 존재한다.

저자는 “그러한 무관심 때문에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회 구성원이 잠재적인 피해자가 되거나 손해를 입을 개연성이 크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람시에 따르면 독재자들은 항상 ‘독재’라는 단어를 애국, 우국, 불가피함 등의 단어로 포장한다. 그람시가 정의하는 독재자의 습성은 “과거의 역사를 현재의 역사로 탈바꿈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람시는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무솔리니에 대항한다. 독재 체제를 강화하려는 무솔리니는 그람시를 감옥에 쳐넣는다. 이미 파시스트 정당에 장악된 의회에서 수많은 의원들의 방해를 받으며 고독하게 연설을 이어가는 그람시의 모습은 얼마 전 우리나라 국회에서 펼쳐진 ‘필리버스터’를 연상시킨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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