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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할 수 있어 놀랍고… 들어주는 이 있어 신나고…

입력 : 2016-03-23 10:30:00 수정 : 2016-03-28 15: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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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달팽이’ 청각장애인 연주단의 희망 앙상블 금요일 저녁 어스름, 서울 광진구 천호대로에 자리 잡은 사랑의 달팽이 사무국으로 클라리넷을 든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겉모습만 봐선 그냥 평범한 학생들이다. 하지만 다른 게 한 가지 있다. 인공와우 또는 보청기를 착용한 청각장애 학생들이다.

클라리넷 연습중인 허두리 선생님(오른쪽)과 한채정 단원.
클라리넷 앙상블 단원이 거울을 보며 호흡과 주법을 연습하고 있다.
한 단원이 지난달 25일 서울 광화문 KT사옥 1층에서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행복 연주회’에서 보청기를 착용한 채 클라리넷을 연주하고 있다.
매년 1600여명의 신생아가 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세상의 소리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해 복지단체인 사랑의 달팽이가 희망을 선물하고 있다.

청각장애 클라리넷 앙상블 단원들이 사랑의 달팽이 저금통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학생들이 색칠한 사랑의 달팽이 저금통은 자선모금을 할 수 있는 착한 저금통이다.
사랑의 달팽이는 2004년부터 청각장애로 소리를 잃어버린 이들에게 인공와우수술과 언어재활치료를 지원해 소리없는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인공와우(달팽이관에 청각신경을 자극하는 전극을 이식한 전자장치)수술과 1년에 수백만원이 드는 언어재활치료는 단체의 도움이 없으면 사실상 받기 어렵다. 지난해에는 보청기 450대를 지원하고 115명에게 인공와우수술을 해주었다고 한다. 또한 청각장애 학생들로 이뤄진 연주단인 ‘클라리넷 앙상블’을 운영하며 아름다운 음악으로 세상에 답하고 있다.

너덜너덜해진 악보에서 단원들의 노력과 열정이 느껴진다.
공연을 앞둔 단원들이 연습도중 얼굴을 마주보며 소통하고 있다.
부모님의 권유로 클라리넷 앙상블에 입단한 경기여고 1학년 한채정양은 “매주 정기레슨을 받으며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처음엔 즐거웠다. 5년이 지난 지금, 미파솔만 들을 수 있던 내가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스스로도 놀랍다. 나의 연주를 들은 사람들이 박수를 쳐준다. 그때마다 자신감이 샘솟는다”고 말한다.

단원들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청각장애인 돕기 자선걷기대회 시작에 앞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청각장애인 돕기 자선걷기대회 참가자들이 클라리넷 앙상블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복지단체 ‘사랑의 달팽이’ 서울 광진구 사무실에 전시돼 있는 사랑의 달팽이 저금통.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로 구성된 클라리넷 앙상블은 각종 연주회와 음악캠프를 통해 책임감과 단체생활을 익히고 사회의 일원이 될 준비를 한다. 음역대가 좁은 아이들이 다양한 높낮이의 악기를 연주한다는 것은 한없이 어려운 일이다. 아름다운 선율을 통해 마음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이들의 클라리넷 연주는 계속될 것이다.

사진·글=이재문 기자 moon@seg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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