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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공공연한 비밀… 권력·조폭의 유착

입력 : 2016-03-19 03:00:00 수정 : 2016-03-18 21: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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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사건과 서북청년회 등
해방이후 조폭 활개친 사건 통해
권력자는 왜 그들과 손잡았나 추적
저자 “열쇠는 중산층 침묵” 주장
존슨 너새니얼 펄트 지음/박광호 옮김/현실문화/1만5000원
대한민국 무력 정치사/존슨 너새니얼 펄트 지음/박광호 옮김/현실문화/1만5000원


1947년 4월 종로 깡패 김두한 패거리는 이승만 반대 인쇄물을 배포한 조폭 12명을 붙잡아 때리고 고문했다. 김두한이 자칭 민족주의자로 변신한 직후였다. 두들겨 맞은 쪽은 정진영이 이끄는 남로당 계열 조폭들이었다. 정진영을 포함해 두 명이 살해됐다. 경찰 조사에서 김두한 등은 두말 않고 살인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당시 서울지방법원은 살인 증거 불충분이라며 당시 돈으로 2만원의 벌금형 판결을 내렸다.

이 책은 국가 권력과 조폭의 유착을 파헤친 책이다. 동아시아 전문가인 저자는 “한국 내 기록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없었다”며 “직접 정치인과 검사, 기자, 수사 경찰, 조폭조직원 등을 상대로 취재해 이 책을 꾸몄다”고 밝혔다. 제주 4·3사건, 서북청년회, 김두한의 대한민청, 정치 깡패 이정재, 제임스 리의 현대 구사대 테러, 용산참사 등은 조폭들이 활개친 대표적 사건들이다.

저자는 국가가 중산층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조폭들을 동원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며, 지금도 여전히 써먹는다고 비판한다. 1980년대 깡패들의 야당 당사 난입사건(왼쪽)과 전두환 정권의 삼청교육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연합뉴스
저자는 한국에서 권력과 조폭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만큼 이 둘의 공모 관계는 은밀하고도, 비밀스럽다. 권력자들은 왜 범죄적 폭력을 휘두르는 무리들과 손잡는 것인가.

해방 이후, 한국 정치는 협잡과 폭력이 곧 정의라고 할 수준이었다. 이른바 정치 깡패들이 버젓이 활개를 쳤다. 상대 세력을 꺾기 위해 암살과 폭력을 서슴지 않았다. 경찰과 폭력배들을 동원해 선거 부정을 저지른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그런데 저자가 예외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집권 초기 요긴하게 써먹었던 깡패들을 조리돌림해 쫓아냈다. 전두환, 노태우는 별안간 조폭 조직에 등을 돌린 케이스다. 노태우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조폭 소탕을 선언했다.

하지만 지금도 국가는 여전히 그들을 ‘용역’으로 고용해 궂은일을 맡기고 있다.

저자는 조폭 활용에 대해 “국가 행위자들의 계산된 대응”이라고 풀이한다. 공권력과 조폭의 협력이 특정한 정치 조건에서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이 크다. 21세기 들어 한국에서 조폭들은 공권력이 개입하지 않는 선에서 은밀히 움직이고 있다. 조폭 집단의 주요 수입원 2위는 ‘용역 깡패’이다. 1위는 고급 술집 영업부장에서 나온다. 현재 기업으로 진화한 조폭들은 경찰과 행동을 같이하며 ‘활약’하는 모습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용산사태’나 ‘인사동 노점상 철거’ 등은 그 사례다. 국가는 직접 폭력을 수행하지 않고, 폭력의 관리자로 행동한다.

저자는 국가의 이런 행위에 대해 나름의 답을 중산층의 침묵에서 찾고 있다. 국가 행위자들이 자행하는 폭력은 민주화 이후 조용한 중산층을 깨워 시민사회를 연합하게 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국가는 인기없고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작업을, 조폭들에게 맡기고 있다는 것. 국가는 중산층이 계속 사회에서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도록 여건 만들기에 애쓰고 있다.

한 경찰관은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에는 경찰이 “깡패”였고 그들이 하는 위협이 확실히 먹혔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에는 권위주의 시대에 쓴 방법들을 더는 쓸 수 없게 되었다. 민간 회사(조폭)를 사용하면서 경찰의 잔혹성에 대한 고발을 피하면서도 일을 대신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저자는 하청 폭력이 한국만의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미국의 KKK단의 린치 사건, 일본의 야쿠자의 전신인 바쿠토와 쇼군의 협력 등을 볼 때 이러한 경향은 보편적이라는 것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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