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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기증… 누군가와 이별이자 누군가의 시작

입력 : 2016-03-19 03:00:00 수정 : 2016-03-18 21: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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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영영 깨어나지 못하는 형
결국 가족들은 장기 기증 결정하고…
작은 나눔이 이웃의 희망이자 생명
‘생명 나눔’의 소중한 가치 일깨워
이미영 지음/송진욱 그림/M&Kids/1만2000원
마지막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작/이미영 지음/송진욱 그림/M&Kids/1만2000원


태곤이네 가족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우리 이웃이다. 과묵하지만 인자한 아빠, 부지런하면서도 씩씩한 엄마, 일개미 형 정우, 그리고 태곤이. 태곤이네는 하루하루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또 그 이야기 안에서 울고 웃으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태곤이의 형 정우가 일 하다 쓰러져 영영 깨어나지 못하고 만다. 갑작스럽게 닥친 일에 태곤이네는 하염없이 울고 또 울었다. 하지만 살아 있을 때 장기 기증을 서약한 정우의 뜻에 따라 그의 가족들은 장기 기증을 논의한다. 가족들은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지만, 정우의 숭고한 생각을 존중해 결국 장기 기증에 사인을 한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태곤이의 심장이 따뜻하게 뛰더니, 태곤이의 눈에 아름답고 좋은 것만 보이는 것이다. 마치 정우 형이 태곤이에게 심장과 두 눈을 준 것처럼. 누구도 원하지 않은 이별이었지만 태곤이네는 정우와의 헤어짐을 통해 이웃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깨닫게 된다. 비록 누군가에게는 끝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이 되는 사랑을 알게 되었다.

나의 작은 나눔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희망이고 누군가에게는 생명과도 같다면 결코 모른 척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네모난 집에 갇혀 살면서 우리 아이들은 담을 쌓고 선을 긋는 것부터 먼저 배우고 있다. 둥근 하늘 아래 둥근 마당에서 놀던 시절에는 손을 내미는 것을 먼저 배우고 작은 콩 한쪽이라도 나눠 먹는 것부터 배웠는데 말이다.

장기 기증은 우리 아이들에게 다소 불편하고 무거운 주제다. 생명의 동력보다는 죽음이 먼저 떠오르니 부담스러워서 외면하고 싶을 것이다. 우리가 움츠리는 것을 먼저 배운 탓이다. 우리가 더불어 사는 것보다 혼자 잘 사는 방법을 먼저 배워서다.

‘마지막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작’은 우리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과 가장 숭고한 가치를 직접 전해 주는 책이다. 누군가에게는 마지막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이 되는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다.

장기 기증은 나 아닌 다른 생명을 구하는 일이다. 배트맨이나 어벤저스 같은 히어로들만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알고 보면 우리 주위에도 평범하지만 누구보다 용감하고 멋진 히어로들이 많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의 장기를 기증해 여러 사람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한 히어로들에 대한 뉴스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의 용기 있는 행동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가족에게로, 한 사람에게서 두 사람, 네 사람에게로, 이웃에서 이웃에게로 계속 전해진다.

‘마지막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작’도 우리 어린이들의 마음에 작은 씨앗을 심어 세상을 보다 따뜻하게 만들기를 원한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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