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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분야 AI 진출 적합… ‘알파고 변호사’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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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3-18 19:37:10 수정 : 2016-03-18 19: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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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지능 법률시스템 ‘아이리스’ 개발 임영익 변호사 인공지능(AI) 알파고는 인간의 5000년 지혜가 축적된 바둑을 넘어섰다. 몇 십년 후면 어린이들이 기원에서 ‘AI 선생님’을 앞에 두고 바둑을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최근 세계의 주목 속에 막을 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바둑계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머잖아 생활 풍경이 크게 바뀔 것이란 전망이 많다. 법률시장은 어떨까. 아무래도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AI가 인간에게 도전하기 힘든 분야라고 생각되지만 이런 통념을 깨고자 하는 변호사가 있다. 임영익 인텔리콘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임 변호사는 수년 전부터 ‘인공지능 변호사’를 개발하고 있다. 알파고에 비견될 거라는 이 AI변호사의 이름은 ‘아이리스’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한창이던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임 변호사는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리를 위협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인공지능을 통해 법률 분야에서 사람들은 엄청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인공지능 관련 업체인 ‘로스 인텔리전스(Ross Intelligence)’가 IBM 왓슨의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간단한 법적 질문에 대답을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다른 인공지능 관련 업체 ‘렉스 마키나(Lex Machina)’는 법률 자료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시스템까지 개발했다.

‘인공지능 변호사’를 개발 중인 임영익 변호사는 “판례나 소송 자료를 데이터로 삼아 컴퓨터공학 기법으로 최적의 답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법률 분야는 인공지능이 진출하기 적합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남제현 기자
일본의 인공지능 기술 관련 기업 UBIC 역시 변호사가 필요로 하는 사건 관련 문서를 대신 조사해 정리해주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출시했다. UBIC는 몇 년전 우리나라에도 진출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민간 디지털 포렌식 업체로 활동 중이다. 주로 소송 당사자를 대신해 상대방 회사 컴퓨터 자료를 열람해 증거를 찾아주거나 반대로 의뢰인 자료를 지켜내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임 변호사는 “수많은 판례나 소송 자료를 데이터로 삼아 컴퓨터공학 기법으로 최적의 답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법률 분야는 인공지능이 진출하기 적합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가 오랜 기간 연구해 만든 ‘아이리스’는 빅데이터 마이닝(많은 데이터에 숨겨진 패턴과 상관관계를 찾아내 새로운 정보를 발견해 내는 것) 기법과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판례, 법률의 상관관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일종의 ‘법률 내비게이션’이라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의융합 과제로도 선정된 아이리스는 ‘지능법률정보 시스템’(Intelligent Legal Information System)을 뜻한다.

임 변호사는 “1단계의 아이리스는 곧 상품화를 앞두고 있다”며 “법률가들은 아이리스로 쉽게 법률과 판례를 찾아 업무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되고, 일반인들도 어렵다는 법률 세계를 마치 컴퓨터 게임하듯 친숙하게 접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임 변호사는 아이리스를 개발하기 위해 법학은 물론이고 생물학, 뇌과학, 수학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서울대 자연과학대에 입학한 이후 고교 시절 관심이 많았던 물리학과 수학, 화학, 전자공학, 경제학 등을 두루 공부했다. 그의 원래 전공은 생명과학이었다. 그렇게 7년간이나 학부에서 공부하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심리학과 뇌과학을 배웠다. 홀연히 한국에 돌아와 사법시험에도 합격했다.

임 변호사의 사무실은 그의 관심 분야를 반영하고 있었다. 바닥에 흩어져 있는 파일들에는 사건명 대신 ‘뇌공학’ ‘기호학’ 등 각종 학문이름이 붙어 있었다. 책장을 가득 메운 책도 공학에서 예술 분야까지 다종다양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저 스스로는 예술에 가장 큰 애착이 있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현 단계의 아이리스는 알파고 같은 성능의 ‘인공지능 변호사’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는 일부 대기업만이 인공지능에 관심을 보였다. 그 사이 미국, 일본 등은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임 변호사는 “미국의 시스템과도 경쟁할 수 있는 궁극의 인공지능 변호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했다.

“법률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1단계 아이리스를 보완해 자료 분석과 입법 예측을 하는 중간단계를 거쳐 최종 단계에는 일상적 질문에 법적 답변을 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게 됩니다. 이것들이 모두 합체가 되면 궁극의 ‘인공지능 변호사’가 등장하는 겁니다.”

다만 임 변호사의 고민은 함께 연구할 사람이 너무 없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컴퓨터 공학의 기초체력이 약해 인공지능 개발에서 취약하다고 한다. 임 변호사도 아이리스를 개발할 때 정부 투자로 재원은 마련할 수 있었지만 인재를 모으는 건 정말 어려웠다고 한다. 임 변호사는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계기로 민·관·학이 힘을 모아 인공지능 분야에 뛰어든다면 강대국이 벌이는 ‘인공지능 전쟁’에서도 바둑계처럼 우리나라가 세계를 재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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