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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힘… 그들 역사에서 찾다

입력 : 2016-03-11 21:03:55 수정 : 2016-03-11 21: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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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한복판에 불편한 역사 기념비 세운 나라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나… 독일사 속으로 여행
닐 맥그리거 지음/김희주 옮김/옥당/2만8000원
독일사 산책/닐 맥그리거 지음/김희주 옮김/옥당/2만8000원


지난해 말 세계 주요 언론은 한 사람을 집중 조명했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 영국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 프랑스의 대표 통신사 AFP, 영국 일간 가디언이 이구동성으로 조명한 인물은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이었다. 메르켈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면서, 유로존 채무 위기와 시리아 난민 사태를 헤쳐나가는 리더십을 주요 업적으로 꼽았다.

독일은 두 번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추축국이었고, 유대인 학살이라는 잔혹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그런 독일이 불과 반세기 만에 물리적, 정신적 폐허를 딛고 일어나 경제 강국이자 리더가 되어 유럽공동체를 이끌고 있다. 독일의 부활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과 국회의원들이 의회에 모여 앉아 국정을 논의하는 모습.
옥당 제공
지난해 말 영국박물관과 BBC는 독일인 유전자 가운데 어떤 힘이 숨어 있는지 추적해 책으로 엮었다. 이 책 저자이자 영국박물관장인 닐 맥그리거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추모비에서 그 실마리를 발견했다. 독일의 저명 역사가 미하엘 슈튀르머는 “수도 한복판에 수치스러운 역사를 담아 기념비를 세우는 나라는 독일뿐이다”라고 했다. 사실 역사의 시계를 100여년만 되돌려 봐도 독일의 현재 모습은 없었다.

“독일? 어디에 있습니까? 그런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못 찾겠습니다.” 독일 문학의 거장 괴테와 실러가 1796년에 공동 발표한 시집 ‘크세니엔(Xenien)’에서 나오는 질문이다. 괴테와 실러가 살았던 18세기는 물론, 20세기에도 독일의 국경선은 쉼 없이 변했다. 그 안에서 유럽 역사는 늘 요동쳤다. 청년 괴테가 독일 예술과 역사의 고유한 특징을 발견했다는 슈트라스부르크는 지금 프랑스의 도시 스트라스부르가 되었다. 위대한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의 고향 쾨니히스베르크는 현재 러시아의 도시 칼리닌그라드이다.

구텐베르크가 15세기 평압인쇄기를 발명해 찍어낸 구텐베르크 성경의 모습이다. 평압인쇄기 발명으로 성경이 대량 보급되면서 종교혁명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옥당 제공
지금은 같은 민족이라는 소속감이 강하지만, 1871년 통일되기 전까지 독일에는 공동의 목표 의식이 없었다. 신성로마제국이라는 큰 울타리 아래 수백 개의 크고 작은 소국들로 나뉘어 근 1000년간 쟁패를 거듭했다. 각자의 이익에 따라 때론 연합하고 때론 갈등하며 그들의 역사를 이어왔다.

저자는 오랜 유물인 구텐베르크 성경에서 독일의 복잡다단한 역사를 읽어낸다. 15세기에 나온 구텐베르크 성경은 근대 유럽의 토대를 만든 중요 유물이었다. 그때가 독일이 세계사 흐름에 처음으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순간이다.

구텐베르크는 금속 가동 활자와 평압인쇄기를 발명했다. 이로 인한 인쇄혁명은 인류의 지식을 확산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는 구텐베르크라는 특출한 개인의 능력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다. 구텐베르크는 인쇄소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면죄부를 인쇄하여 충당했다. 몇십년 후 구텐베르크 인쇄소의 인쇄공들은 마르틴 루터가 면죄부를 비판한 반박문을 인쇄하여 종교개혁에 불을 붙였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제각각 흩어졌던 독일이 제대로 한 나라로 합쳐진 시점은 불과 100여년 전이었다. 저자는 “독일은 최근의 시리아 난민처럼 혹독한 난민 시절을 겪었고 합의를 통해 작은 나라들을 이끌어온 느슨한 연합체”라고 묘사했다. 각기 다른 주장들을 누르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독일 스타일은 수많은 시행착오에서 얻어낸 교훈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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