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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부정했던 공자… 이 시대 소환한 까닭은?

입력 : 2016-03-11 20:42:51 수정 : 2016-03-12 01:5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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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동유럽 사회주의 몰락
위기 느낀 당시 공산당 지도부
대체 이념으로 민족주의 선택
5·4운동 이후 외면 당했던 전통사상
‘공자학원’ 세우고 화려하게 부활
권기영 지음/성공회대 학교 동아시아연구소/푸른숲/2만원
마르크스와 공자의 화해/권기영 지음/성공회대 학교 동아시아연구소/푸른숲/2만원


1917년 5·4 신문화운동(문학혁명)을 이끈 중국의 지식인들은 전통 사상을 혐오했다. ‘아큐정전’의 작가 루쉰도 전통 타파를 외쳤다.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 역시 ‘봉건주의 잔재’ 청산을 내세웠다. 중국 전통의 중심에는 공자가 있었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이런 분위기는 뒤바뀐다.

1980년대 말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하자 덩샤오핑 등 공산당 지도부는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그들이 택한 것은 민족주의였다. 사회주의 이념을 대신할 이데올로기다. 이후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한 애국주의는 덩샤오핑 시대부터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 책에는 중국공산당이 공자를 끌어들여 민중을 한 목적으로 집중시키는 과정이 담겨 있다.

철저히 짓밟았던 민족주의를 느닷없이 찬양하기란 녹록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끌어들인 게 공자 사상이다. 어떤 측면에서 공자의 소환은 공산당의 필요에 의해서라고 볼 수 있다. 21세기 들어 중국은 전통문화 부흥을 외치면서 공자학원을 세계에 전파한다. 2004년 서울에서 공자학원이 문을 연 것도 이런 데서 연유한다. 2014년까지 세계 123개국에 465개의 공자학원이 세워졌다.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 세워진 공자상.
연합뉴스
5·4운동 이후 1980년대 말까지 ‘공자’는 중국에서 철저하게 부정당했으나 다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문화산업도 급성장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문화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23.6%였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두 배가 훨씬 넘게 기록적으로 성장했다. 콘텐츠 제작량도 급증했다. 2002년 38편을 생산된 중국 영화는 7년 만인 2009년 456편으로 늘었다. 문화산업의 급팽창은 또한 위협이자 과제로 다가왔다. ‘쿵푸팬더’ ‘뮬란’ ‘포비든 킹덤’은 중국의 전통 문화를 소재로 해서 미국 업자가 만들어 대박을 친 작품들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배 아픈 일이다. 중국과 비교해 미국은 역사도 짧고 전통문화도 거의 없지만, 다른 나라의 역사와 인물을 마음껏 가져다 돈을 벌고 있다.

저자는 “앞으로 글로벌 문화시장의 주도권은 누가 중국의 문화 원형을 콘텐츠화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에서 쿵푸팬더가 개봉됐을 당시 논란이 일었다. 중국의 핵심 경쟁국인 미국의 업자가 중국 문화원형을 갖고 작품을 만들어 대박을 쳤을 뿐 아니라, 중국 안방에서도 흥행몰이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산둥성 지난시 인근 취푸에 있는 공자 사당 앞에는 공자의 업적을 적은 비석이 세워져 있다. 높이가 10여 m에 이른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글로벌 문화 콘텐츠란 본래 ‘국적 불명’이 특징이다. 콘텐츠는 국가 간, 민족 간 장벽을 쉽게 넘을 수 있다. 이는 ‘한류’의 지속화와 발전에 있어서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중국은 공자학원과 더불어 문화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기 시작했다. 현재 3000여개의 문화 클러스터가 가동 중이다. 상하이의 문화거리 ‘톈즈팡’, 항저우의 국가동화산업기지, 광저우의 국제완구성, 베이징의 798예술구, 톈진의 하이테크산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열에 아홉은 적자로 허덕인다. 속 빈 강정 꼴이다. 하지만 이들이 정상적인 역할을 할 즈음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것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은 극적이었다. 그러나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이 더 감동적이었다는 평이 많다. 베이징 개막식에선 4대 발명품인 화약, 인쇄술, 나침반, 종이가 화려하게 구현되었다. 민족주의를 불어넣고 중화문명의 우수성을 알리려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를 위한 메시지는 전하지 못했다. 영리한 영국은 21세기 인류 보편의 화두로 ‘복지’와 ‘동화’를 던졌다. 감동을 주는 요소는 ‘스케일’보다는 ‘스토리’, 즉 문화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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