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맨 박 대통령 대구행

관련이슈 사설

입력 : 2016-03-10 20:37:34 수정 : 2016-03-10 20:37:3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총선 한달 여 앞두고
대구 방문 강행
공천개입 인상 짙어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를 방문했다.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아 그간 성과를 점검하며 관계자를 격려했다. 대구국제섬유박람회와 스포츠 문화·산업 비전 보고대회에도 참석했다. 오전에만 3곳 행사를 챙기는 강행군이다. 청와대는 “대구센터가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성과 확산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취임 3주년을 맞아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 현장 방문의 일환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경제 행보는 바람직한 일이다. 위기 징후가 보이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창조경제는 현 정부의 최대 국정과제다. 그런 만큼 박 대통령이 1호 대구센터의 성과보고를 받는 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20대 총선을 불과 34일 앞둔 시점에, 그것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을 누빈 것은 다르게 비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6개월 전인 지난해 9월에도 대구에 왔었다. 대구광역시 업무보고를 받고 서문시장 등을 다녔다. 당시 박 대통령에게 ‘배신자’로 찍힌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대구지역 새누리당 의원 모두 초청받지 못해 ‘TK(대구·경북) 현역 물갈이설’이 급속히 퍼졌다. 청와대 수석, 장관 출신 진박(진짜 친박) 예비후보가 대거 출사표를 던지는 일이 뒤따랐다. 대구에만 진박 6인방이 나섰다.

성과보고회가 열린 곳은 동구갑이다. 바로 옆 동구을이 유 전 원내대표 지역구다. 진박 후보인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동구갑에도 진박 후보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친유승민계 현역인 류성걸 의원과 맞서고 있다. 두 진박 후보는 고전 중이다. 경선을 코 앞에 둔 박 대통령의 대구행이 지역민심을 잡고 진박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메시지로 들릴 수 있는 셈이다. 현지에선 박 대통령 방문 소식을 듣고 지역민의 발걸음이 이어졌다고 한다.

공천 작업이 한창인 새누리당은 대통령 정무특보 출신인 친박계 핵심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으로 ‘살생부’ 의혹이 되살아나 계파갈등이 극심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대구를 가면 정치적 오해를 받는다는 건 ‘정치 9단’인 박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 오해를 무릅쓰고 대구행을 강행한 것은 여당 공천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청와대는 어제 행사에 지역 의원을 초청하지 않고 정치적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맨 꼴이 됐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