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국에서 12월생으로 살아간다는 것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6-03-05 14:49:06 수정 : 2016-03-06 10:02:4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12월생은 서럽다?

한국의 월별 출생아수를 따져보면 12월은 해마다 꼴찌 신세다. ‘월령효과’를 연구한 기존의 결과물도 12월생의 힘겨운 인생살이를 보여주는 것 일색이다. 반면 1월은 출생아 수 면에서 압도적 1위다.

5일 통계청의 ‘2015년 출생·사망통계’를 보면 지난해 출생아수를 월별로 구분한 결과, 12월이 3만2000명(7.5%)으로 가장 적었다. 2014년(3만2700명)과 2013년(3만2000명)도 마찬가지로 12월은 최하위 처지였다. 반면 1월 출생아는 4만1900명(9.5%)으로 가장 많았고, 3월(4만300명, 9.2%)과 4월(3만8100명, 8.7%)이 뒤를 이었다. 2013년(4만4200명,10.1%)과 2014년(4만1200명,9.5%)에도 1월은 출생아수가 가장 많았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누적으로 봐도 12월 출생아수는 꼴찌, 1월 출생아수는 1위다.

자료=통계청
우연의 일치일까. 아닌 것 같다.

명확한 연구결과는 없지만 심증이 가는 구석은 있다.

우선 제왕절개 수술이 늘어 출산일을 부모가 결정할 수 있다 보니 12월 말이나 1월 초순이 예정일이라면 1월을 택하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

설사 12월에 출산을 했더라도 출생신고를 조작해 1월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간혹 육아와 출산 정보 등을 다루는 인터넷 카페에서 출생신고를 늦추는 노하우를 무용담처럼 공유하는 글이 발견되기도 한다. 거짓 출생신고를 하다 적발되면 ‘공정증서원본부실기재죄’에 해당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적발하기가 쉽지는 않다는 게 담당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12월을 기피하는 현상은 태어난 달이 성장에 미치는 월령효과와 무관치 않다.

미국의 언론인 겸 작가인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서 인용해 유명해진 캐나다 심리학자 로저 반슬리(Roger Barnsley)의 연구결과를 보자. 반슬리는 캐나다의 프로 아이스하키팀의 명단을 검토하다가 재미난 사실을 찾아냈다. 선수 중 1월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40%는 1~3월생이 차지했다. 10~12월생은 10%에 그쳤다. 반슬리는 그 원인이 선수 선발 시점에서 1월생이 같은 나이의 12월생보다 신체발달이 더 잘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많이 뽑힌 1월 출생아들이 엘리트팀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고, 이 아이들이 선순환을 일으키며 성장했다는 것이다. 1월생들이 ‘마태복음 효과’를 누린 셈이다. 마태복음 효과는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를 이미 얻은 사람이 더 많은 경제력이나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있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가 발표한 ‘학생의 생월과 학업성취의 관계’ 논문에 따르면 과학고, 외고, 국제고에 진학한 재학생 중 1분기에 태어난 학생은 30.2%인 반면, 4분기에 태어난 학생은 18.5%에 불과했다. 생월이 빠른 아이들일수록 두뇌 발달이 상대적으로 더 된 상태에서 배움을 시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래저래 한국에서 12월생으로 살아가는 것은 고달픈 일인 셈이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