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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만에… 북에서 아들 데려온 ‘위대한 모정’

입력 : 2016-03-04 19:33:58 수정 : 2016-03-04 19:3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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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탈북시켜 재회하기까지
남한 엄마의 아주 특별한 여정
손녀딸인 저자 동행 생생히 담아
미국에서 한국 교육 자료로 활용
저자 “내 가족 이야기 독자와 나눠
터무니없는 북 독재 알리고 싶어”
이혜리 지음/노은미 옮김/디오네/1만5000원
아들이 있는 풍경/이혜리 지음/노은미 옮김/디오네/1만5000원


6·25 한국전쟁 이후 할머니(84)는 잃어버린 큰아들 이용운씨를 찾는 데 생의 모든 것을 걸었다.

주한 외국 대사들과 선교사들에게 부지런히 편지를 썼고, 이산가족을 찾는 방송에도 나갔다. 그러던 1991년 어느 날 북에서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큰아들의 편지였다. 할머니는 아들을 볼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나 1993년 북한으로 가는 문이 또다시 닫혀 버리자 실망감으로 병마저 얻었다. 당시에 북한에 관한 나쁜 소문들과 남한의 언론 보도들이 북한을 화나게 만들었다. 1997년 3월, 최순만이라는 사람이 수신자부담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최는 비밀리에 압록강을 건너 큰아들을 데리고 나와 옌지(延吉)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할머니와 만나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해 4월 저자 이혜리(51)와 할머니는 옌지로 날아갔으나, 큰아들 용운은 병으로 북한에서 나오지 못해 재회는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할머니는 3만~4만달러의 비용을 들여 탈북을 돕는 가이드를 고용했고, 그를 통해 8월15일 북한을 탈출한 큰아들과 재회할 수 있었다. 몇번의 시도 끝에 성공했다.

할머니의 손녀이자 재미 작가인 이혜리는 이 같은 재회 일정에 동행했고, 5년여가 지난 2002년 이 책을 미국에서 출간했다. ‘In the Absence of Sun(아들이 있는 풍경)’이 제목이었다. ‘북한 아들을 찾아 떠난 남한 엄마의 다섯 번에 걸친 아주 특별한 여행기’였다. 책 제목은 북한이 빛(Sun)이 없는 어두운 곳이라는 뜻과 함께, 할머니가 아들(Son)을 잃어버린 고통의 시간을 의미했다. 출간 직후 미국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고 북한의 실상을 알렸다.

6·25전쟁 통에 북에서 잃어버린 아들을 찾는 데 평생을 바친 백홍용 할머니가 아들 이용운씨의 중학생 때 사진을 가슴에 안고 있는 모습(가운데 사진)이 애절하게 다가온다. 왼쪽 사진은 탈북 과정을 소재로 한 영화 ‘크로싱’의 한 장면, 오른쪽은 ‘아들이 있는 풍경’의 저자인 이혜리 작가.
디오네 제공
이 책은 현재 미국 전역의 학교와 교육기관에서 한국에 대한 교육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긴장감 넘치면서도 아름답게 완성된 탈북기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간 국내외에서 여타 탈북기가 몇 권 출간되었으나, 이 책은 미려한 문장과 사실감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이 작가는 이산가족의 고통과 탈북자들의 현실을 미국에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의 CBS, NBC, CNN 등 각종 매체와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거나 교섭 중이다.

이혜리 작가는 4일 기자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내 가족의 이야기를 독자와 나눔으로써 터무니없는 북한의 독재와 그 치하의 사람들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조명하고 싶었다”면서 책 출간의 의미를 밝혔다. 이 작가는 “불행하게도 1997년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계 각국은 탈북자들에 대한 보호를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송환을 두려워하는 수많은 탈북자들은 중국, 러시아, 몽골 등지에서 지금도 숨어 살고 있다”면서 “재정적 지원이나 인맥이 없는 경우, 이들이 얼마나 오래 버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작가는 “과연 누가 이들을 도울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여기에 쓰여진 이야기는 우리의 행동이 세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우리는 그렇게 서로 연결돼 있음을 증언한다. 우리가 이 연결성을 이해할 때 드디어 평화가 가능해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작가는 1996년 ‘할머니가 있는 풍경(Still Life with Rice)’을 국내에서 발표했던 인기 작가다. 이 소설은 1950년 한국전쟁 중 외할머니가 겪었던 피난 이야기를 다룬 실화소설이다. 큰아들 이용운이 북을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서로 생사도 모른 채 살게 된 가슴 아픈 가족사를 소재로 썼다. 이 작가의 남편은 미국 코미디영화 ‘Joy’의 제작자 켄 목(Ken Mok)으로, 유명 인사다. 조이는 제니퍼 로런스와 로버트 드 니로가 출연해 대히트를 쳤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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