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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중의 셈법, 한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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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29 21:15:00 수정 : 2016-02-29 21: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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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한국의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카드와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결정이 중국을 설득하는 데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아마도 이를 계기로 한국 정부의 북한 붕괴론에 거는 기대는 점점 더 커질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오산일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먼저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 북한 정권에 치명적인 원유 공급 차단이 이번에도 대북 제재 내용에서 제외됐다. 체제 불안을 일으킬 만한 강한 압박은 배제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의 대북 정책 기조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는 한국의 당위적 요구나 희망적 기대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상수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 연구위원
중국은 이제껏 북핵 문제에서 적극적 해결도, 한반도 사태 악화도 바라지 않았다. 중국으로선 북핵의 극적인 타결로 북·미가 너무 가까워져 중국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상황도, 그 반대로 위기 고조로 미국이 한반도에 강력한 군사개입을 해야 하는 상황도 막아야 한다. 이러한 양면성을 고려하면 중국은 이번 유엔 안보리 제재를 통해 북한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북한을 앞으로 살아남게 할 방안 제시도 필요하게 됐다. 이러한 현실에서 중국에 가장 유리하게, 적당한 수준에서 상황을 통제할 수 있게 만드는 수단이 6자회담의 재개일 것이다.

이뿐 아니라, 북핵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이해타산이 놀랍게도 미국이 처해있는 상황과 많은 것이 일치한다는 점이다. 사실 미국도 현 상황이 너무 극적인 상황으로 흐르지 않게 통제해야 하는 건 중국과 마찬가지이다. 이익 면에서는 최근 북핵 위기가 동북아에서 중국 견제에 필요한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와 미국의 전략무기 수출 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북핵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하면 한반도의 군사충돌 가능성이 미국엔 부담이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핵무장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국 역시 강한 제재와 압박뿐 아니라 북한에 장기적인 출구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기 불과 며칠 전 미국과 북한이 평화협정을 위한 회담을 하기로 비밀리에 합의했지만 비핵화 문제로 결렬됐다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미국은 아마도 예전과 달리 평화협정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의 강력한 제재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여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는 심정으로 들린다. 이는 우연치 않게 안보리의 대북 제재 협의가 진행되고 있을 때 나온 평화협정과 비핵화를 동시에 6자회담 틀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중국의 주장과 일치한다.

이러한 점에서 비추어볼 때, 미·중은 지난 워싱턴회담에서 중국이 우선 유엔 제재안 동참을 통해 미국의 손을 들어주고 나중 해결은 중국 주도의 6자회담을 통해 접근하자는 식으로 타협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즉 미·중은 북핵 문제를 자국의 국익에 맞게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경쟁뿐 아니라 서로 타협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미·중의 접근방식은 한국으로서는 북한의 비핵화도 붕괴도 바랄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으로 바뀔 것이다.

이상수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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