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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의 붉은 제국’ 쇠락의 길 걷는다

입력 : 2016-02-27 03:00:00 수정 : 2016-02-26 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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롼밍 지음/이용빈 옮김/한울아카데미/4만5000원
덩샤오핑 제국 30년/롼밍 지음/이용빈 옮김/한울아카데미/4만5000원


신중국의 설계자는 덩샤오핑이다. 마오쩌둥이 멍석을 깔았다면 덩은 그림을 그렸다. 덩의 설계도 덕분에 중국공산당은 사상 유례없는 승자의 역사를 쓰고 있다. 전 세계 공산당 정권은 거의 붕괴되었지만, 중국공산당만은 예외다. G2로 표현될 만큼 경제적 영향력도 막강하다. 중국인들은 겉으로 마오쩌둥을 숭배한다지만, 속으로는 덩을 더 존경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만의 중국현대사 전문가가 쓴 이 책은 승리자 덩의 ‘역사적’ 업적을 부정한다. 덩이 만든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현대판 노예시장이라고 혹평한다. 이 책은 현대 중국의 그늘을 비추는 거울이다.

저자 롼밍(阮銘·85)은 중국공산당, 대만의 국민당과 민진당 등 ‘양안 3당’을 만드는 데 직접 개입했던 보기 드문 정치인이자 학자다. 그래서 저자의 중국 체제 비판은 예사롭지 않다. 공산당 일당 체제를 단순히 비판한 게 아니라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한다.

책에 펼쳐진 그의 논리를 따라가본다. 만약 덩이 아니었다면 중국의 개혁·개방은 이루어지지 못했을까. 당연히 아니다. 만약 11기 3중전회(1978년 12월18∼22일)에서 덩은 마오 시대에서처럼 보조적인 위치에 있었다면, 중국은 지금 같은 강권 통치의 나라가 아니었을 것이다. 덩이 만일 화궈펑, 후야오방, 자오쯔양이 공동 통치하도록 하고, 덩 자신은 마오 치하에서처럼 보조적 위치에 머물렀다면 개혁·개방의 길은 달라졌을 것이다. 덩이 시어머니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중국의 개혁·개방은 오늘보다 훨씬 나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덩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과 천윈이 좌지우지하는 개혁지도부를 구성한 탓에 자유민주세계와는 다른 체제가 됐다는 것이다. 

1989년 6월 초순 톈안먼 사태 당시 엄청난 군중이 톈안먼 광장에 운집해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일찍이 나폴레옹은 “잠자는 사자가 깨어나면 세계가 두려움에 떨 것”이라며 중국의 부상을 예견한 바 있다. 중국을 가리켜 ‘잠자는 사자’에 비유한 것은 나폴레옹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깨어난 중국은 서방 자본주의로 분칠한 야수였다. 그 야수는 서방 자본주의의 젖과 중국 인민의 피땀을 빨아 먹으며 성장했다는 사실을, 중국 인민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중국은 벌써 전 세계 민주의 물결을 저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의 자유민주 국가군은 중국의 팽창을 거부하면서도, 동시에 환영하고 있다. 덩샤오핑이 만든 중국의 실력은 아직 작다. 초기의 나치 정권과 2차 대전 전후 상처를 입은 소련과 마찬가지로 작다. 따라서 자유 민주세계의 역량이 연합한다면, 중국공산당이 인민을 노예로 만들거나 지구를 오염시키는 것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자의 몸집이 몇 배로 커지도록 내버려두면 그때는 이미 늦을 것이다. 중국의 전 세계 GDP 비중은 지금의 7%에서 몇 년 후 28%로 미국을 뛰어넘을 것이다. 그때 인류와 지구가 치러야 할 대가는 1930년 뮌헨회담과 1940년 얄타회담 탓에 지불했던 대가보다 훨씬 클 것이다. 두 회담에서 서방 세계는 나치 정권을 승인하고, 스탈린 정권을 인정한 실수를 저질렀다. 그러기에 나치는 2차대전을 촉발했고, 스탈린 독재는 전 세계를 냉전으로 몰아넣어 민중을 도탄에 빠뜨렸다.

저자는 “덩샤오핑 제국은 1945년부터 1989년까지는 공산주의였으나, 1989년 이후 중국은 민족주의로 변질됐다”면서 “개방적인 형태의 민족주의 독재국가”라고 정의했다. 정확하게 보고, 신속하게 움직이며, 맹렬하게 손을 쓴다는 점에서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을 뛰어넘는다.

그러나 저자는 덩이 만든 독재국가는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2017년 제19차 공산당대회를 기점으로 덩 제국은 사그라질 수 있다고 예측한다. 19차 대회에서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제외한, 덩이 세운 구세력 지도부가 대부분 밀려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제국으로 표현되는 종래 중국의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희미하나마 자유 민주의 길로 들어설 것인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면서도 “덩이 만든 실사구시적 공산당 제국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당정군을 장악한 시진핑 주석에게 희망을 건다. 덩이 세운 구세력의 핵심인 장쩌민 전 주석 세력을 완전히 밀어내면, 중화민족이 진정으로 꿈꾸는 나라 건설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중국의 앞길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다. 덩이 만든 신중국 역시 일반 대중과는 상관없는 공산 지배층과 그 일족의 나라라는 게 저자의 일관된 논지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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