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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했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사는 인형과 애니메이션 캐릭터도 변신을 한다. 디즈니 만화영화 주인공 도널드 덕부터 그랬다. 데뷔 연도가 1934년인 도널드 덕은 나이를 먹는 대신 거꾸로 어린 용모로 변해갔다. 데뷔 초기의 긴 주둥이는 점차 짧아지고 눈은 커진 것이다.

미키마우스는 더 극적이다. 28년 데뷔 무렵엔 초라한 생쥐 꼴을 면치 못했다. 성격은 급했다. 돼지 젖꼭지를 비틀어대는 등 가학증세도 내비쳤다. 학부모들이 항의 편지를 보낼 정도였다. 미키마우스가 월트디즈니의 심벌 캐릭터로 부상한 것은 탈바꿈 덕분이다. 눈과 머리는 몰라보게 커졌고 두개골은 확 부풀어올랐다.

미키마우스의 변신을 자못 과학적으로 분석한 진화생물학자도 있다. 스티븐 제이 굴드다. 데뷔 후 50년간의 외형 변화를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눈은 머리 길이의 27%에서 47%로 커졌다. 머리 길이는 키의 42.7%에서 48.1%로 증가했고, 코와 귀의 간격 등도 크게 조정됐다. 무엇을 뜻할까. 유아 특징이 강조된 것이다. 성격도 비례적으로 변했다. 귀엽고 온순한 방향으로.

왜 그렇게 변했나. 1973년 노벨상을 받은 콘라트 로렌츠의 이론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큰 눈, 큰 머리, 부풀어오른 두개골, 땅딸막한 다리와 발 등은 전형적인 유아 특징이다. 애정과 양육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제작진이 알고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대중의 사랑을 얻기 위한 변신 노력이었던 것이고 또 그게 통했던 것이다.

요즘 인터넷 세상에서 ‘히자비’가 화제다. 히자비는 이슬람 여성이 외출할 때 머리에 쓰는 히잡 차림을 한 바비인형이다. 미국 마텔사가 1959년 선보여 서구인형 대명사로 자리 잡은 바비인형의 색다른 변신이다. 히자비를 창안한 나이지리아의 20대 디자이너가 정식 제작을 요청할 정도로 호응이 뜨겁다.

바비인형 변형판으론 흑인 소녀 크리스티(68년), 라틴계 테레사(88년), 동양계 키라(90년)가 유명하다. 제작사는 지난달 작고, 크고, 통통한 3가지 버전도 내놓았다. 금발 원형은 이제 선택 대상에 불과한 것이다. 히자비 버전이 나와도 거부감 낳을 일은 아니다. 물론 이슬람권이 어찌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지만.

미키마우스의 변신은 무죄다. 세상에 웃음을 선사했으니까. 히자비는 어떨까. 이슬람권 지정학이 어지러우니 인형의 문화적 변신 여부를 놓고도 눈길을 뗄 수가 없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이고 히자비는 여자이니 복잡하게 따질 계제가 아닐 텐데도….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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