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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싶남'·'개밥남'·'방시팝'…한글파괴 제목 이대로 괜찮나

입력 : 2016-02-14 09:12:59 수정 : 2016-02-14 09:3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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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책임 망각…파급력 고려해야" 지적
'가싶남' '개밥남' '방시팝'….

한눈에 무슨 의미인지 알아보기 힘든 이 단어들은 방송했거나 방송 예정인 TV 프로그램 제목이다.

수많은 콘텐츠 사이에서 시청자의 이목을 끌려면 통통 튀는 제목이 필요하지만 최근 일부 프로그램들의 '줄임말' 제목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병진, 현주엽, 강인, 김민준 등이 출연해 반려견을 키우는 내용의 채널A '개밥 주는 남자'는 '개밥남'이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다.

방송 중 주병진의 별명은 '개아범', 여성 게스트는 '개밥녀'로 지칭한다.

지난달 종영한 tvN '방송국의 시간을 팝니다'도 '방시팝'이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으로 프로그램을 알렸다.



'방송국의 시간을 팝니다'는 방송국으로부터 양도받은 1시간을 출연자가 직접 기획, 제작한 콘텐츠로 채우는 내용.

지난해 7월 버릇이나 습관을 뜻하는 일본어 '쿠세'를 넣어 '쿠세스타 100'이라는 노래 오디션을 개최했던 유세윤은 '쿠세스타 on TV'라는 코너를 선보이며 '쿠세'라는 단어를 유행어로 미는 모습이다.

자극적인 단어로 시선을 끌거나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대로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회장은 "말은 듣는 사람이 알아듣기 쉬워야 하고 서로 통해야 한다"며 "일부 학생이나 젊은 사람들이 은어로 줄임말을 쓰기는 하지만 방송이나 공공기관에서 이런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우리 말을 어지럽히는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가벼운 말장난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공식적으로 이런 단어들을 사용하다보면 일반 국민들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이런 말들을 사용하게 되고 결국 언어의 기능을 파괴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3월 5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KBS 2TV 3부작 예능프로그램 '가싶남'은 한 발 더 나가 아예 줄임말 자체를 공식 제목으로 사용한다.

'가지고 싶은 남자'를 뜻하는 '가싶남'은 인터넷 등에서 사용되는 신조어 중 하나지만 공영방송인 KBS가 이 단어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은 다소 파격적이다.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에 에릭남·허경환·헨리·장위안 등 연예인 군단에 셰프 박성훈, 모델 올리버 장, 피트니스 사업가 방창석, 트레이더 연준모, 한일 사법고시에 합격한 조우상 등 일반인 '훈남'들을 대거 캐스팅하고 빅데이터 분석, 온라인 리서치를 도입하는 등 공을 들였다.

3부작이지만 방송 전부터 SNS 등을 통한 홍보도 활발하다.

이 회장은 "'가싶남'은 '가십'을 떠올리도록 해 호기심을 자극한다"며 "파급력이 큰 방송, 특히 공영방송은 국민의 말을 바로 잡는 역할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앞장서 이같은 단어를 제목으로 내세운 것은 공영방송으로서의 책임을 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는 2012년에도 2TV 수목극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 남자'의 제목 때문에 한글학회 등 한글단체로부터 항의를 받고 방송 2회만에 제목을 '…차칸 남자'에서 '…착한 남자'로 바꾼 바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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