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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촌각 다투는데… 또다시 초기대응 실패

입력 : 2016-02-12 19:22:22 수정 : 2016-02-13 00: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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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 간염 집단 발병 신고 받고도 늑장 대처 논란 정부가 C형 간염 집단발병 신고를 받고도 늑장 대응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촌각을 다투는 감염병 발생의 발표 시기까지 미루면서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

◆보건당국 늑장대처로 화 키워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12일 서울과 세종시에서 동시에 브리핑을 열고 강원 원주 한양정형외과의 C형 간염 집단감염과 충북 제천 양의원에서 주사기 재사용 신고가 접수돼 역학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국은 해당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을 위한 전화번호 등은 안내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20일 서울 양천구의 다나의원에서 주사기 재사용으로 C형 간염이 집단발생 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대응이다. 당시에는 질병관리본부 및 양천구보건소 콜센터 전화번호를 공개하며 자발적 문의 및 신고를 받는다고 발표했다.

특히 지난해 11월19일 다나의원에서 주사기를 재사용한다는 제보를 받은 직후 바로 조사에 나서 18명의 감염 환자가 확인되자, 이튿날 이를 공개하고 추가로 환자가 확인되는 상황을 매일 전파했다.

하지만 이번 한양정형외과 C형 간염 집단감염의 경우 지난해 4월 조사에 실패했고 해당 병원은 장비를 처분하고 폐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첫 의심신고 이후 해당 병원 관계자를 인터뷰했는데, 그 직후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병원이 폐업했다”며 “다른 사람이 해당 병원을 인수했지만 역학조사 과정에서 자료 제공도 늦어졌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지난해 11월 추가 감염환자 신고를 받고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12월에는 상당수 감염자를 확인했지만 공개하지 않았다. C형 간염은 수혈이나 성관계 등을 통해 전염될 수 있어 환자나 가족에게 감염 사실을 시급히 알리고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발표 시점도 주말을 앞둔 금요일로 사람들의 관심을 희석시키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5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생해 역학조사 인력이 부족했다. 11월에는 다나의원 문제가 겹치면서 원주 조사에 집중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11월 사태를 파악하고 조사에 나섰지만 이미 병원이 폐업한 상태여서 먼저 공개하기보다 관련 증거를 수집하는 데 집중해야 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 아직 재정비되지 못해 국장급인 감염병관리센터장, 질병예방센터장, 장기이식관리센터장, 생명의과학센터장, 과장급 수인성질환과장 등 주요 직제가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면서 대응이 늦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C형 간염의 원인인 HCV바이러스.
◆주사기 재사용 왜 반복되나

의료계에서는 주사기 재사용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로 일부 병의원의 도덕적 해이와 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을 꼽는다.

병원에서 사용되는 주사기는 환자 주입용, 채혈용, 관장용 등 3가지로 나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게 환자 주사용인데 용량에 따라 1·3·5㏄ 세 가지다. 이들 주사기가 병원에 공급되는 가격은 개당 60∼100원 정도다. 수액세트는 300∼400원이다.

서울의 한 의원에 납품되는 주사기를 조사한 결과 연간 주사기 2만3000개, 링거용 수액세트 4400개를 썼다. 이들 주사기의 절반 정도를 재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230만원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매년 3000명이 넘는 의사가 배출되면서 경쟁이 심화되자 손쉬운 비용 절감방법으로 주사기 재사용 유혹에 빠지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현행 건강보험 체계는 주사기가 아닌 주사제를 처방한 처치 행위를 기준으로 보상한다. 이마저도 비급여 처치의 경우 당국이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리감독의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의료인 면허제도 개선도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현재 한번 면허를 받으면 종신제로 유지되는 면허제도를 선진국처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갱신하는 형태로 바꾸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복지부는 의료인 면허제도개선협의체를 만들어 의료계 전문가들과 함께 이달까지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이날 브리핑에서는 다음달까지 개선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일정을 슬그머니 미뤘다.

현재 논의 중인 개선안은 정신질환, 알코올·약물중독 등 신체적, 정신적으로 의료행위 수행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면허신고 요건을 강화하자는 것인데 면허 갱신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불법 의료행위로 인한 중대한 위해가 발생한 경우 의료인 면허취소 방안도 검토 중이다.

조병욱·김민순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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