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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화영의 키노아이] '검사외전'의 스크린 독점… 정말 괜찮을까요?

입력 : 2016-02-14 14:33:00 수정 : 2016-02-14 15: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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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의 '모두를 놀라게 한' 흥행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일 개봉한 이 영화는 설 연휴와 주말로 이어진 기간 동안 750만명 이상의 관객을 그러모으며 2016년 첫 1000만 영화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작품 자체에 대한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렸다. 황정민과 강동원이라는 걸출한 배우들의 공연, 특히 꽃미남 스타 강동원의 망가진 사기꾼 연기에 열광한 관객들이 많았던 반면, 스토리에 개연성이 부족하고 클리셰가 지나치게 많은 졸작이라는 혹평도 쏟아졌다.

사실 ‘검사외전’의 폭발적 흥행 뒤에는 긴 명절 연휴동안 이렇다 할 경쟁작 없이 관객들의 선택을 독점할 수밖에 없었던 ‘행복한 대진운’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는 전국 2400여개 스크린 중 18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진풍경으로 이어졌다.

물론 한 스크린에서 한 작품만 상영하는 것은 아닐 테니 상영관 수보다는 횟수를 보는 게 타당할지 모른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나온 멀티체인별 상영 횟수 점유율를 보더라도 ‘검사외전’은 개봉 이후 꾸준히 50%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설 연휴 기간 동안 상영 횟수는 일 9000회를 넘어섰다.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다크호스'로 떠오른 외화 '캐롤'이 약 500회 상영된 점과 비교해도 엄청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국내 극장업계에서 매년 지적되고 있는 일부 배급사의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이번에도 당연한 일이라는 듯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업계와 관객들의 반응은 갈렸다.

‘검사외전’의 스크린 독점은 어디까지나 영화에 대한 수요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지 대형배급사의 의도나 조작은 아니라는 주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하는 건 관객의 선택권을 애초에 막아버리기 때문에 지양돼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송영애 서일대 영화예술학과 교수는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검사외전’의 스크린 독과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한 영화가 지나치게 많은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지 않나”라며 “1990년대 말 국내에 최초로 멀티플렉스 극장(1998년 CGV강변)이 들어섰을 때만해도 다양한 작품들을 더 많은 상영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모두가 기대했지만, 2016년 현재 극장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말아톤’ 정윤철 감독 역시 1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검사외전’의 독점 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명절인 9일 하루 동안 ‘검사외전’ 한 작품이 전체 매출액의 70% 이상을 가져갔다”며 “한 영화가 배급과 유통을 독점하는 현재의 구조는 멀티플렉스가 아닌 '싱글플렉스'이고, 다른 영화가 살아남기 힘든 구조”라고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스크린 독과점은 국내 몇몇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이 영화 제작에서부터 배급까지 총괄하는 ‘수직계열화’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게 영화 관계자들의 중론. 한 영화가 일일 600개, 800개, 1000개, 1300개의 스크린에 내걸리더니 급기야 1800개 시대까지 온 것이다.

이에 한 극장 관계자는 “관객들이 몰리는 설 연휴에 상영할 작품 수가 턱없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검사외전’은 마땅한 경쟁작이 없는 상황에서 개봉하자마자 높은 객석점유율을 기록했고, 이것이 곧바로 흥행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올 초부터 극장가에도 한파가 매섭게 몰아쳤다. 영진위 집계에 따르면 2016년 1월 국내 총 관객 수는 약 1690만명으로, 전년 동기 2240만여명에 비하면 약 24%나 감소했다. 이에 관객을 조금이라도 더 모으기 위한 자구책으로 예매율과 좌석점유율이 높은 작품에 ‘몰아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극장 측의 설명이다.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 영화업계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수많은 기사와 토론회 등이 쏟아졌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개선책은 나오지 않고 오히려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지적이다.

송 교수는 “지금부터라도 대형배급사와 제작사, 수입사 등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다 함께 모색해야 한다”며 프랑스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영화의 발상지’ 프랑스에서는 12개 이상의 스크린을 보유한 멀티플렉스에서 한 편의 영화가 최대 2개의 스크린에서만 상영되도록 하는 규제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이는 국가의 강제가 아닌, 극장 업체끼리의 자발적인 협약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을 우리 모두 주목해야 할 때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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