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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에서 찾은 한국 근대문학의 뿌리

입력 : 2016-02-11 19:45:26 수정 : 2016-02-11 21: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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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평론집 ‘시선의 문학사’
“문학사의 재구성에 대한 연구자로서의 갈망은 오래되었으나, 문학사적 글쓰기가 진행되기까지는 무거운 오류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읽어야 할 것들은 너무 많았으며, 사유는 자주 끊어졌고, 상상력은 동시대의 중력에 붙들려 있었다. 오랜 무기력 이후 문학사적 글쓰기의 불가능성과 대면했을 때, 그 대면을 기록할 사소한 용기가 생겼다.”

문학평론가 이광호(53·사진)가 최근 펴낸 ‘시선의 문학사’(문학과지성사) 서문을 시작하면서 고백한 대목이다. 이광호는 500쪽 넘는 두꺼운 이 책에서 문학사에도 ‘하나의 균일한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파한다. 그가 폭력적인 ‘총체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은폐된 텍스트들을 면밀하게 검토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시선으로 또 하나의 문학사를 기술한 결실이 이 책이다. 이 과정에서 ‘이광수와 오인된 공동체’, ‘박태원과 거리의 유동하는 시선’, ‘김소월과 풍경의 탄생’, ‘정지용과 시선의 모험’, ‘서정주와 봉인된 자연’, ‘김수영과 시선의 정치학’, ‘김승옥과 미학적 마조히즘’, ‘오정희와 여성적 응시’ 등을 면밀하게 탐색했다.

“‘작은 근대성’과 ‘다중적 근대성’을 드러내는 ‘차이의 문학사’, 문제적인 텍스트들의 상호텍스트성이 구축하는 문학사, 텍스트가 생성한 시선 주체의 문제를 통해 모더니티를 비판적으로 재맥락화하는 문학사 등이 새로운 문학사 구성의 동기가 되었다. 그 도정에서 ‘은폐된 문학사’가 드러나기를 바랐다.”

누가 왜 은폐했나. 지은이는 단일하고 총체적인 이데올로기에 강박당한 시선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문학사는 그러므로 문학사에 대한 비판으로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은 “‘올바른 하나의 역사’를 주장하는, ‘역사’라는 이름의 권력, 역사의 의미를 고착화하려는 권력과의 싸움”이며 “‘단 하나의 역사’는 존재하지 않고, 다만 미지와 미완의 ‘역사성’, 지금 여기에서 신체를 진동시키는 역사의 감각에 대해 쓸 수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가 새로 쓴 문학사는 박지원의 ‘열하일기’로부터 시작한다. 18세기 후반에 집필된 ‘열하일기’야말로 “여행의 주체, 혹은 기행의 주체와 새로운 세계의 발견이라는 맥락에서 근대적인 주체 형성의 가능성을 암시한다”면서 “계속 비판적으로 ‘보충’되어야 할 문학사”의 물꼬를 텄다. 2011년부터 5년 동안 이 책을 쓴 이광호는 “‘식민’과 ‘근대’의 질감을 일상의 감각 속에서 추체험하려 했지만, 어떤 가난한 허영도 오랜 무력감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서문에 털어놓았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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