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운영 출판사에 지급 명령
검, 전담팀 출범 3년 만에 성과 전두환(85) 전 대통령 일가의 미납 추징금 중 약 60억원을 장남 재국(57)씨가 운영하는 출판사 시공사가 대신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검찰이 2013년 ‘추징금 환수 전담팀’을 꾸린 뒤 전 전 대통령 측과의 민사소송에서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부장판사 정은영)는 지난달 3일 검찰이 시공사를 상대로 낸 미납 추징금 환수소송에서 “시공사가 국가에 59억9300여만원을 6년간 분납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검찰과 시공사 둘 다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결정에 따라 시공사는 6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6개월마다 3억5000만∼11억5000만원씩을 국가에 지급해야 한다. 지급 시기를 놓치면 연 5∼15%의 가산세를 물게 된다.
시공사는 재국씨가 지분 50.53%를 보유한 출판사다. 본사 건물은 서울 서초동에 있는데, 그동안 이 건물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했다. 검찰은 추징금 환수 절차에 따라 이 부동산을 공매에 넘겼고, 2014년과 지난해 8월에 걸쳐 총 116억원에 팔렸다. 시공사 매각대금 중 63억5200만원은 전 전 대통령의 두 아들에게 돌아가게 돼 있었다.
특히 법원은 검찰의 요청대로 추징금 분할납부를 명령했다.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꾸준히 추징금을 갚는 방식이라 실효성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일괄 집행보다 더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시공사의 영업이익은 2013년 15억5000만원, 2014년 19억7000만원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원이 확정됐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2013년까지 추징금 환수 금액은 533억원(전체의 24.2%)에 그쳤다.
추징금 집행 시효였던 2013년 10월을 앞두고 여론이 악화하자 국회는 그해 6월 ‘전두환 추징법’을 만들어 시효를 2020년으로 연장시켰고 검찰도 추징 전담팀을 꾸렸다. 지난해 말까지 전 전 대통령 일가로부터 환수한 추징금은 총액의 51.4%에 해당하는 1134억원이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