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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G3체제와 한국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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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10 20:26:38 수정 : 2016-02-11 0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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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중국대륙에서는 반일운동이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일본의 센카쿠제도(댜오위다오) 국유화조치가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센카쿠해역에는 양국의 정부선박과 전투기가 대치를 벌이며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았다. 베이징에 위치한 주중 일본대사관에는 시위대가 반일구호를 외치며 몰려들었다. 문을 닫는 일본외식집이 속출했고 일본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은 정경일체의 나라였고 중·일 간 갈등의 골은 깊었다.

당시 현지의 우리 기업은 반색하는 빛이 역력했다. 베이징의 기업 관계자들은 “중국시장에서 일본과 우리 기업 간 경쟁품목이 많아 중·일 관계가 악화할수록 우리 매출이 늘어난다”며 “(중·일 갈등에) 뒤돌아 웃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외교적 실리도 적지 않았다. 국제회의에서 중·일 간 직접 얘기하는 일이 없었고 양국 모두 우리 외교관을 통해 서로 대화를 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주춘렬 경제부장
그 이후에도 양국 간 불신과 갈등의 앙금이 쉽사리 사라지지는 않았다. 올 들어서도 중국과 일본은 환율전쟁이 한창이다. 올 초 중국이 추락하는 경기와 수출을 떠받치기 위해 위안화 절하 조치를 취했다. 일본은 기민하게 엔화의 상대적 강세를 막기 위해 마이너스금리 카드까지 동원하며 맞불을 질렀다.

그런데 얼마 전 양국 사이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말 일본매체와 주요 외신에서 양국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참여하는 경제·금융협의체를 연내에 출범시키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중국 인민은행과 통화 스와프(맞교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사실상 협의체 출범을 기정사실화했다.

지난해부터 경착륙 우려와 외환·금융 불안 등 이중고에 시달려 온 중국으로서는 일본의 막강한 자본력이 필요하다. 중국은 환율방어를 위해 지난 한 해에만 최소 5000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은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 둔화와 위안화 약세 기조는 외국인의 자본유출을 부채질했다. 2014년 6월 4조달러에 육박했던 외환보유액도 1월말 현재 3조2309억달러로 뚝 떨어졌다. 일본 역시 경기침체에서 탈출하기 위해 날로 커지고 있는 중국시장은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의 땅이다.

이 협의체의 출범은 세계권력 구도가 2008년 이후 전면화된 미국과 중국, G2에서 미·중·일, ‘G3’ 체제로 진화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이정표가 아닐까 싶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도 양적완화로 경제부활에 성공한 미국, 아베노믹스로 ‘잃어버린 20년’의 잠에서 깨어난 일본, 고성장 없이는 체제 유지가 어려운 13억 인구 대국 중국. 이들은 앞으로도 갈등과 협력을 반복하며 격렬한 패권경쟁을 벌일 게 틀림없다. G3체제는 우리에게 큰 위기라 할 만하다. 미·중·일이 서로의 공통이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경제실익이 반영되기 어렵고 외교 입지도 약화될 수 있다. G3 간 갈등이 격화될 때에는 우리의 국가이익이 희생될 공산도 크다.

이제 국제무대를 관통하는 신조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외경제와 통화·외환전략, 외교노선을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잣대로 따져봐야 할 때다.

주춘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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