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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유명해지지 않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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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09 16:36:14 수정 : 2016-02-09 17: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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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1990년대 후반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카페를 차렸다. 화랑 등이 모여 있어 분위기가 좋았고 임대료도 부담없었기 때문이었다.

몇 년이 지나자 가로수길은 ‘핫플레이스’로 떠올랐고 A씨의 매출도 급상승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가게 재계약 기간이 되자 건물주는 터무니없는 임대료 인상분을 제시했고 A씨는 눈물을 삼키며 장사를 접어야 했다. 건물주의 아들이 자신의 가게 자리에 카페를 차린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가 어떻게 할 수는 없는 부분이었다.

이처럼 상권이 뜨면서 높은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기존 자영업자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서촌, 홍대, 삼청동, 이태원 경리단길, 대학로, 성수동 등에서 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 등이 잇따라 대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게 해 임차인이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의 ‘상가임차인 보호를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지난해 시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종합대책을 내놓은 후속조치다. 이번에 마련된 조례에는 임차인 보호·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와 상생협약체결, 법률상담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임차인이 안심하고 장기간 영업할 수 있는 장기안심상가 조성에 나서고, 상가임대차와 관련된 분쟁을 심의·조정하기 위해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신설한다.

이어 중구도 젠트리피케이션 대책을 내놨다. 중구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 수 있는 서애길 등의 건물주와 상인, 구 등 3자간 상생 협약을 추진하고 지역경제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성동구는 젠트리피케이션 담당 부서를 만들고 젠트리피케이션 전담 변호사 제도 운영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중소기업청도 팔을 걷어붙일 모양새다. 주영섭 중기청장은 최근 “상반기 내에 상가임대차보호법 상의 권리금 보호 대상을 대규모 점포로 등록된 전통시장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상권활성화에 따른 과도한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는 내용의 자율상권법 제정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대 등 명소뿐 아니라 전통시장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나오고 있다”며 “특색 있는 상권 개발 이전에 임차인과 임대인 간의 자율적인 협약을 유도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탓에 이 같은 대책의 실효성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서울시 조례에도 분쟁 당사자가 조정을 거부하는 경우 조정위원회를 중지할 수밖에 없고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협약은 어디까지나 자율에 맡겨지게 된다. 한 전문가는 “근본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령이 제정돼야 하는데 이럴 경우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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